'빛 좋은 개살구' 온라인쇼핑…지난해 적자 1조원 넘을 듯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모바일(휴대전화) 등을 통한 온라인 쇼핑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외형 성장과 비례해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각 업체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익성을 포기하고 할인쿠폰 등을 뿌리며 경쟁사의 '도태'를 기다리고 있지만, 자칫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주요 오픈마켓·소셜커머스 작년 영업손실 1조 원 추산
14일 전자상거래업계에 따르면 오픈마켓(다수 판매-구매자 중개), 소셜커머스 등 국내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는 무려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쿠팡·티몬·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3개 회사의 적자 규모가 크게 줄지 않았다.
앞서 2015년에 이들 3개 업체는 각각 5천470억 원, 1천452억 원, 1천42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체 적자 규모가 8천346억 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역시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쿠팡 관계자는 "계속 물류, 배송 등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적자 규모도 2015년과 비교해 많이 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티몬 관계자도 "적자 수준이 전년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위메프 정도가 적자 규모를 수백억 원가량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프 관계자는 "아직 공식 집계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내부에서는 1천억원 안팎까지 영업손실액이 감소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지난해 소셜커머스 3개사의 적자 규모는 가장 좋은 경우를 가정해도 8천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 더해 오픈마켓의 적자 규모까지 커졌다.
순 방문자(UV) 수 등에서 업계 1위인 11번가(SK플래닛 운영)의 경우 지난해 약 2천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지난해 할인쿠폰 발행 등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친 데다 시장 선점 차원에서 검색 시스템 등에 대한 IT(정보통신) 투자도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적자 규모는 다소 커진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소셜커머스 3사와 업계 1위 11번가의 영업손실만 따져도 지난해 적자 규모가 1조 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다만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 코리아의 경우, 지난해에도 이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 중에서는 거의 유일한 흑자다.
이베이 코리아 관계자는 "2015년 800억 원의 영업이익에 이어 작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흑자를 냈다"고 전했다.
◇ 20%씩 거래액 늘지만 '속 빈 강정'…성장 둔화하면 '줄도산' 우려
이런 대규모 적자의 배경은 온라인쇼핑 시장 선점을 위한 가격경쟁과 투자다.
한 전자상거래 업체 관계자는 "모든 업체가 '지금 온라인 시장에서 일정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후 회복할 수 없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며 "따라서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할인쿠폰 등 가격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시장 선점에 대한 부담을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차별화로 '충성' 고객을 늘리려면 배송이나 검색 시스템,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등에 계속 큰돈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자금난 해결을 위해 외부에서 신규 투자를 받으려면 '성장'과 '시장 선점' 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그러려면 다시 적자를 감수하고 공격적 마케팅으로 방문자 수나 거래액 등 외형을 키워야 하며, 그 결과 수익성은 더 나빠지는 '악순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업계 내부에는 온라인, 특히 모바일 쇼핑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사실을 근거로 "오프라인 유통 이용자들의 온라인 이동 등에 힘입어 전자상거래 시장의 파이가 상당 기간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생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실제로 통계청의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6조87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3%나 늘었다. 월간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6조 원을 돌파한 것은 200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하지만 온라인쇼핑 시장이 성숙기에 곧 접어들어 성장 추세가 둔화하면, 지금처럼 모든 업체가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소셜커머스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 업체는 늘어난 거래액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으로 영업손실을 메우는 구조"라며 "시장 팽창이 한계에 이르러 거래액이 정체될 경우 버티지 못하는 업체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shk99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