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성하는 '낭과 패'의 원리…백현주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낭패(狼狽)는 전설 속 상상의 동물이다. 뒷다리 없는 낭(狼)이라는 이리와 앞다리 없는 패(狽)라는 이리가 서로 도우며 산다. 그러다 둘의 마음이 맞지 않아 떨어지는 순간을 일러 '낭패를 봤다'고 한다.
9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 아라리오 서울에서 열리는 백현주(33) 작가의 개인전 주제는 낭패다. 작가는 평소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왔다. 두 번째 개인전인 '낭패_狼狽_울프 앤 울프'에서도 그 고민을 영상과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로 풀어 낸다.
전시장 지하층에 들어서면 천장에 닿을듯한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 뼈대와 스티로폼, 천으로 된 구성물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다리가 부족하기에 서로 기댄 채 서 있다. 낭과 패의 관계인 셈이다. 전시 첫날 이 구조물은 무너지게 돼 있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은 나무토막과 테이프, 공구 등 전시장 곳곳에 흩어진 재료를 이용해 구조물을 다시 쌓아올릴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람객과 관람객이, 관람객과 작가가 상대에게 낭과 패가 된다.
1층에서는 한 개인을 이루는 요소 중에서 집단적, 사회적인 요소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파고든다. 개인과 사회가 낭과 패처럼 아귀가 맞물리는 풍경이다.
초등학교 조례시간에 스스로 알아서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 작업 '프라이머리 파티'나 오래된 아파트의 경비원과 협업을 통해 전체주의적인 문구를 적은 드로잉 등이 이를 보여준다.
백 작가는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시나 구령 없이도 규율화 돼 행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전체주의적인 규율을 습득하게 됐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26일까지 진행된다. 문의는 ☎ 02-541-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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