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트럼프 X파일' 진위논란속 러 '콤프로마트' 조명
지난해 푸틴 정적 외설 동영상 등 사례 잇따라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모든 러시아인은 '콤프로마트(kompromat·약점 자료를 수집하는 공작)'의 의미를 알고 있고 이제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약점을 잡고 있다는 이른바 '트럼프 X파일'로 전 세계가 알게 됐다.
BBC 방송은 러시아 크렘린궁이 '트럼프 X파일' 의혹과 관련해 "콤프로마트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부인했지만 "러시아의 누군가는 분명히 하고 있고 그것이 국영 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주기적으로 출현했다"며 1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콤프라마트 사례들을 소개했다.
지난해 봄 러시아 국영 NTV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정적으로 알려진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총리가 자신의 개인 비서 나탈리아 펠리비나와 침대에 함께 있는 영상을 보도했다.
두 사람이 나눈 민망한 성적 대화들뿐만 아니라 분열된 야권의 다른 인사들에 대한 독설이 방송을 타고 나왔다.
펠리비나는 BBC에 "러시아연방보안국(FSB)에 의해 개인 아파트에서 (몰래) 촬영됐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명백한 중상 공작"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비슷한 방식으로 걸려들었다는 아무런 증거는 없지만 펠레비나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보면 FSB가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무리도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FSB가 트럼프에게 뭔가를 했을 것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적들을 상대로 수집할 뿐만 아니라 이른바 친구들을 상대로 그렇게 한다. 언젠가 쓸모가 있으면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선 대통령이 되려는 트럼프의 야심이 공개되기 이전에 FSB가 트럼프를 덫에 걸리게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영국 해외정보 담당 비밀정보국(MI6)에서 20년간 일한 한 첩보물 작가는 "게임 쇼 진행자였고 호텔 건설업자(트럼프)가 세계 정치에서 중요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징후는 없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X파일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2013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호텔에서 매춘부들과 함께 찍힌 섹스비디오에 대한 언급도 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은 이런 생각을 일축했다.
그는 "트럼프는 그냥 아무나가 아니었다. 관광객이 아니라 잘 알려진 기업가"라며 "당신은 콤프로마트라고 말하는데 하지만 그건 단지 정보다. 영국이 (미하일) 고르바초프에 관해 그것을 수집했고 우리는 (마거릿) 대처에 관해 수집했다. 따라서 이론적으론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러시아 정보요원들이 그런 정보를 모았다면 그 정보가 밖으로 나와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 국무부 자료 유출한 미 정보요원)에드워드 스노든이나 위키리크스 다음에 어딘가에 나오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다"고 했다.
BBC는 이게 바로 많은 러시아인이 이런 의혹들에 동요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며 다른 이유는 그들이 전에 늘 봐오던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콤프로마트의 최대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은 유리 스쿠라토프다. 1990년대 후반 당시 검찰총장이던 그는 크렘린궁의 부정 의혹을 조사중이었는데 러시아 TV가 '침대에 있는 3인'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방송했다.
거친 영상 속에서 스쿠라토프와 비슷하게 생긴 한 남성이 여성 두 명과 침대에 있었다. 영상이 진짜라고 공개적으로 확인한 이는 다름 아닌 당시 FSB 수장인 블라디미르 푸틴이었다. 그는 영상이 방송된 후 해임됐다.
2010년에는 야당 활동가들 및 기자들과 친분이 있는 파트타임 모델 무무가 당했다고 BBC는 소개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파트로 이들을 불러들였고 그들이 한 성적인 행동들과 약물 복용이 몰카에 잡혔고 그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랐다.
BBC는 이런 계책이 외국인들에도 향했다면서 2009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주재 영국 부총영사가 두 명의 매춘부와 섹스를 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돼 그가 자리에서 쫓겨났다고 전했다.
당시 영국 외무부는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BBC는 이런 일은 계속 이어졌고 FSI가 주요 배후로 언급됐다면서 트럼프를 상대로 한 콤프로마트 의혹과의 커다란 차이점은 동영상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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