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초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증시는 올해까지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보여 왔다.
특히 2010년에는 과잉 유동성과 출구전략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증시는 상승속도가 완만해지는 가운데 기업 혹은 업종 간 변동폭이 확대됐다.
2011년을 맞는 현 시점에서 최대 관심사는 글로벌 증시가 계속해서 상승할 것인가이다.
최근 주가를 예측하는 기법으로 뉴욕 월가에서는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이 가장 정확하고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한 국가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실제 경제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Ⅰ 국면).
일정시간이 지나면 투자 심리가 점차 ''낙관''쪽으로 옮겨오면서 주가상승 속도가 경제여건 개선속도보다 빨라지는 1차 상승국면을 맞는다(Ⅱ 국면).
이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상승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낙관쪽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흐트러져 맴돌이 국면에 들어간다(Ⅲ 국면).
경기와 실적이 받쳐주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재차 낙관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1차 소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상승국면을 맞는다(Ⅳ 국면).
한동안 낙관쪽으로 쏠렸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흐트러지면서 재차 맴돌이 국면에 빠지고 이때 경기와 실적이 뒤따라오면 3차 상승국면, 뒤따르지 못할 경우 과잉조정 국면으로 떨어지게 된다(Ⅴ 국면).
현 글로벌 증시국면을 소로스 이론에 적용해 보면 Ⅰ,Ⅱ,Ⅲ을 거쳐 Ⅳ 초반부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뒤늦은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주가전망에 좋은 지침이 됐던 ‘뉴욕 패션 위크 2010년’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월가에서도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증시를 예측할 때 사용되는 이론 중 ''치마끝선 법칙(hemline theory)''이 있다. 패션행사에서 이듬 해 유행할 치마 끝의 길이가 전반적으로 짧아지면 증시 앞날이 밝다는 일종의 참고지표다.
2010년 뉴욕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치마 끝선이 짧았다는 것을 재해석하면 2011년에도 글로벌 증시가 밝다는 것이다.
2010년 행사명인 ‘리치 리치 2011년 봄?여름 컬렉션’처럼 지난 3년간 금융위기로 고생한 모든 사람들이 2011년에는 주식투자를 비롯한 각종 재테크에서 성공을 거두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이 때문인지 월가에서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한동안 사라졌던 ‘핀볼 효과''라는 용어가 다시 들린다.
핀볼 효과란 사소한 사건이나 물건 하나가 도미노처럼 연결되고 점점 증폭되면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어 내는 현상을 뜻한다.
증시에 적용한다면 각각의 볼링에 해당하는 주가결정요인인 경제성장과 경기순환, 금리 혹은 국제 유동성, 기업실적, 투자자 심리 등이 2011년에는 우호적으로 예상돼 주가가 의외로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증시의 가장 큰 볼링 핀에 해당하는 글로벌 경기의 경우,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2011년에는 연착륙될 것으로 본다. 경기는 둔화되더라도 잠재수준으로 안착돼 투자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증시에서 가장 유리한 국면은 글로벌경기가 연착륙이 될 때 나타났다. 높은 성장이 지속될 때 글로벌경제는 경기과열과 인플레, 금리인상 부담 등으로 실제 주가상승률이 높지 않았으나, 연착륙 국면에서는 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증시의 수급여건이 어느 정도 받쳐줄 경우 주가가 크게 올랐다.
유동성은 최소 현 수준보다 더 위축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현재 세계평균금리는 적정금리를 따지는 테일러 준칙이나 피셔 공식을 토대로 볼 때 아주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출구전략을 추진하다가 퇴조한 점을 감안하면 양적인 면에서는 2010년보다 더 좋을 수 있다.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한다 하더라도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모든 상품이 공급과잉에 처해 있는 상황에 있어서는 최종상품의 가격파괴 혹은 가격인하 경쟁으로 세계물가가 크게 오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른바 ''월마트 효과''다.
미시적인 측면에서 볼링 핀에 해당하는 기업실적은 최근처럼 세계산업이 증강현실과 통합융합 업종이 주도하는 시대에 있어서는 업종별로 차별화 현상은 심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전통적인 제조업과 달리 이들 업종은 네트워크만 깔면 깔수록 생산성 증대와 비용절감, 기업이윤이 증대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각종 예측과 관련된 좋은 교훈이 있다.
미국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그릇된 비관론이 태어난다"며 "새로 탄생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해 뒤늦게 낙관론에 흥분한 사람들은 또 다른 흥분상태로 비관론에 쉽게 빠져든다"고 경고했다.
그런 만큼 앞으로 증시에 나타날 각종 리스크에도 잘 대비해야 한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이 보는 2011년은 ''불확실성의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환율혼란이 시장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했다.
이미 총성없는 환율전쟁이 본격화되고 환율 이외에 금리, 금 등 상품가격, 국제간 자금흐름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환율전쟁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질 뿐만 아니라 영도분쟁, 통상마찰 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2011년에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예적금, 여전히 부진한 부동산 시장, 거품우려가 제기되는 금과 채권값 등을 감안하면 주식투자는 가장 유망해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해 비관론을 주장했던 사람들까지 뒤늦게 가담하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낙관론이 불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주식투자는 기대수준을 낮추고 각종 리스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수익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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