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 추가 협상의 결과를 놓고 두 나라의 정치권과 업계에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협상을 통해 어느 쪽이 얼마나 더 줬는가를 따지는 것보다 이 협정을 통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이 주장했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손성원 석좌교수는 5일 "한국 측이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얘기가 있으나 FTA 협상이라는 것은 당사자들이 손해본다고 느끼기 마련이며, 또한 양보 없이는 합의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현재 세계 경제가 좋지 않고 중국의 성장률도 둔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수출을 계속 늘리는 것이 긴요하며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FTA"라면서 "이번 협상을 통해 얼마나 줬는가를 따지기보다 얼마나 수출을 늘리고 성장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와 돼지고기 등의 부문에서 관세 철폐 시한이 연기된 것이 FTA의 근본정신을 후퇴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손 교수는 "FTA의 비준을 위해서는 정치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과"라면서 FTA의 이행을 위해 이 정도의 절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미국의 포드자동차를 비롯해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인 미시간을 지역구로 한 의원들이 이번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육류수출업체들도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미 의회에서 한.미FTA 비준안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쇠고기 부문에 관한 진전이 없다는 점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일부 불만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 측이 월령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개방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전체 쇠고기 수출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미 육류수출업계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쇠고기 문제가 FTA 의회통과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헤리티지재단의 앤서니 김 연구위원은 "2007년 체결된 협정과 이번에 추가협상을 통해 타결지은 내용 가운데 크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면서 "3년간 지연시키면서 양측이 얻은 것이 이 정도인가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지만 정치권과 업계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필요했던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 등과도 FTA를 체결한 한국은 자유무역에서 선두주자"라면서 "거대 시장인 미국을 상대로 한 FTA 이행은 한국의 입장에서 대단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면서 "겉으로 보기에 자동차부문에서 한국이 많이 양보했다는 지적도 있으나 한국 자동차산업의 높아진 경쟁력과 미국 소비자들의 한국차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등을 감안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한.미FTA 추가협상의 타결은 양측이 더 이상 FTA 이행을 미룰 수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것이며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명제에 추호도 의심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거론 연구원은 "이번 협상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고 특히 미국 자동차업계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에 미 의회에서 한.미FTA 이행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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