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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위기 ''확산 우려''보다 ''일시적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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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국면을 보이던 남유럽 재정위기가 동유럽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증폭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또 다시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주말 새로 출범한 헝가리 정부는 재정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밝혀 글로벌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헝가리가 ''제2의 그리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유로화 투매 현상이 나타났고 국내 금융 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헝가리 사태가 수출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지만 최근 남유럽 문제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데다 헝가리 사태가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넘길수 없는 상황이다.


◇ 헝가리 사태로 동유럽 경제 위기 증폭

심각한 재정 적자에서 비롯된 그리스발 남유럽 위기와 달리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지역 위기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외환위기를 겪은 이지역 국가들이 경제 회복이 지연되면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그동안 동유럽 국가 대부분이 IMF 구제금융 지원을 받고 있는 데다가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스발 남유럽 위기에 대한 전염 우려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헝가리 새정부가 부도 우려를 언급하면서 이제 헝가리와 동유럽의 경제 상황도 불안하다는 것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헝가리 포린트화가 지난 금요일 새정부 수뇌부의 국가 부도 언급으로 유로화에 대해 2% 폭락하면서 폴란드의 즐로티화를 비롯 루마니아, 체코의 통화도 0.5%~ 1%까지 동반 하락했다.

헝가리와 함께 2년전 IMF 구제금융을 받은 루마니아의 경우 이달 들어 3번째 실시한 국채 공매에 실패하면서 자금 조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공공노조의 대규모 총파업이 이번주 예고되어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또 다른 IMF 구제 금융 국가인 리투아니아도 재정적자 우려로 IMF가 고강도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지난 3월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세금인상과 재정긴축 정책 때문에 대패하면서 정치적으로 불안하다.

동유럽 국가중 견고한 것으로 알려진 폴란드와 체코 역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유럽 연합(EU) 회원국 전체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경제 성장을 달성한 폴란드는 올해 3%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지만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GDP의 7%에 달하는 재정적자 감축에 집권여당이 나서지 않고있다.

체코는 최근 대규모 긴축을 선거 공약으로 내건 중도 우파 정권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재정적자 우려는 불식시켰지만 올해 성장목표인 1.4%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외환위기를 겪은 동유럽 국가들이 고강도 재정 긴축에도 실패하고, 정치적 혼란에 국가부도 우려까지 겹쳐지면서 남유럽보다 더 총체적 난국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동유럽 악재로 원화가치·주가 급락

헝가리 악재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원화가치와 주가가 모두 급락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42원 이상 급등하며 1243.80원까지 고점을 높이는 등 변동성이 확대된 끝에 지난 주말보다 34.10원(2.84%) 오른 1235.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하순 천안함 사태 결과 발표를 전후해 4거래일간(19~25일) 103원 이상 폭등했던 환율은 5월말 이틀 동안(27~28일) 58원 이상 급락하는 등 급등락 장세를 연출했다.

이달 들어서는 천안함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고 유럽발 악재가 진정되면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이번에 다시 ''동유럽발 악재''에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1.20달러대가 무너졌던 유로화는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1.18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위기감이 높아진 역외세력들이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인 것이다.

코스피지수도 외국인의 대규머 매도로 장중 1620선이 무너지는 등 급락세를 보이다가 개인의 매수로 낙폭을 줄이며 전주말보다 26.16포인트(-1.57%) 내린 1637.97로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 역시 유럽 악재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3.84% 하락하며 9600선 밑으로 밀려났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1.64% 내리면서 2500선을 간신히 지켜냈다.


◇ 국내외 전문가들 "헝가리 위기론 다소 지나쳐"

남유럽 재정위기가 동유럽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는 다소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헝가리는 이미 2008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 재정 건전화가 진행돼 남유럽 국가들과 달리 적극적인 재정 지출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펴지 못했는데, 고위 당국자의 자국 재정에 대한 우려 섞인 발언을 이유로 재정위기설이 제기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문용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헝가리는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등 IMF가 제시한 재정건전성 목표치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수치상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여 당국자 발언에 따른 해프닝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지난주 말 부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한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도 "헝가리는 수년간 공공 금융의 건전화를 위해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헝가리의 재정 관련 상황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헝가리 경제장관도 헝가리의 부채에 대한 우려의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그리스와 같은 상황은 아니며 통제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르지 머톨지(Gyorgy Matolcsy) 헝가리 경제장관은 미국 CNBC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헝가리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대비 3.8%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당초 목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톨지 장관은 지난주 정부 예산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 "의사소통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밝히고 "분명한 것은 헝가리가 그리스와 같은 상황은 아니라며 지난달 말까지 정부의 부채 규모는 올해 적자 목표의 87% 수준에 이르렀지만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헝가리의 재정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 경우에도 국내 익스포져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라고 국내 금융당국은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7일 "그리스 등 남유럽 재정위기가 동유럽에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전망에 따라 헝가리 등 유럽국가들의 금융불안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도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정부는 "헝가리 재정상황이 그리스와 같은 위기로 확대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며 "헝가리는 국가부채 비율이 높은 수준(78.9%)이지만 남유럽 국가들보다 낮고 경제성장도 긍정적이라 위기확산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또 "헝가리는 과거에도 재정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이 우수했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헝가리발 국제 금융시장동요는 헝가리 신정부가 정책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전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의 헝가리에 대한 익스포저(채권 등 위험노출액)와 수출규모가 미미해 문제가 발생해도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 4월말 현재 국내 금융기관의 헝가리에 대한 익스포저는 5억4000만달러로 전체 대외 익스포저의 1.0%이며 동유럽 국가 전체로도 2.9% 수준이다. 대 헝가리 수출은 지난해 말 현재 17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0.47% 수준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재정이 건전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외환보유액도 5월말 현재 2702억달러에 달해 충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유럽위기 심화되면 출구전략 늦춰질 수도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유럽 전체의 수요가 위축돼 동유럽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재정부는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며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 여타 동유럽 취약국가로 불안심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헝가리를 비롯해 폴란드와 체코 등 동구권에서 비교적 경제 규모가 큰 이른바 ''CE3(중부유럽 3국)''은 유로 지역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데 유럽의 재정 긴축은 이들 국가의 수출에 악재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의 수요 위축이 미국의 대 유럽 수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전 세계 경기 회복세가 주춤해져 출구전략이 미뤄질 수 있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유럽의 재정위기가 미국 정책금리 인상시기를 늦출 것으로 내다봤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사태가 스페인으로 확산되고 헝가리를 넘어 미국 등으로 퍼지면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헝가리 재정위기가 확대될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남유럽에 이어 동유럽 전체에 대한 위기의식은 이전보다 더 높아졌고 투자심리 악화로 인해 이 지역 경제 펀더멘탈과 자금흐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최근 유럽국가의 재정문제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여서 헝가리에서 발생한 리스크가 미국, 유럽 시장을 자극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도 제한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는 10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헝가리 악재''가 없더라도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됐지만 이 같은 금융시장의 해외발 악재가 금리인상 시점을 잡는 데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한편 정부는 헝가리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외환수급 상황 등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할 방침이다.


◇ 국내 증시 단기적 영향..전저점 지지 관건

헝가리 정부의 디폴트 발언 논란으로 유럽발 재정위기가 동유럽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다 미국의 고용회복 둔화 우려가 겹치며 국내 증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헝가리가 ''제 2의 그리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된 면이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그리스와 같은 ''통계불신''에서 재정위기 우려가 제기됐다는 점과 미국의 경기회복 둔화 가능성으로 국내 증시가 1600선 아래로 재차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7일 "헝가리의 경제규모는 PIGS 국가들 가운데 포르투갈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경제규모는 작지만, 문제는 헝가리 정부의 디폴트 경고가 남유럽 재정위기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왔기 때문에 예상보다 상황은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새롭게 금융 불확실성을 키운 헝가리 증시보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국가의 증시 하락폭이 큰 나라가 많다는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전선호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며 "2008년과 같은 극도의 신용경색까지는 아니더라도 세계 경기 회복세의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사그라지지 않고 선진국의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코스피 지수는 1600선을 재반락 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기적으로도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6월 들어 조금씩 매수세를 보이던 외국인이 다시 부각된 유럽발 재정위기로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최근 단기간에 상승한 국내 증시는 쉽게 상승폭을 반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스페인 등 남유럽의 채권 만기일이 7월에 몰려 있기 때문에 유럽발 재정위기는 해결이 아닌 잠복 중이다"라며 "유럽국가의 재정위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외국인은 언제든 매도세로 바뀔 수 있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헝가리 재정위기 우려와 함께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전문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던 점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요인으로 지적됐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유럽발 재정위기의 지원책과 관련해 국제 공조가 재빨리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면 민간 소비의 역할이 더욱 커지는데, 실망스런 미국의 고용지표가 파장을 크게 불러온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발 공포가 극에 달할 때에 비해 100포인트 이상 상승한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의 급락과 맞물리면서 반등 국면이 완성되고 있다"며 "코스피 지수는 1550~1700선에서 바닥을 다지는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배승 한화증권 연구원은 공공부채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존재하지 않지만, EU와 IMF의 안전망 속에 위기국의 재정건전화 노력이 지속되고 독일 등 주변국의 양보와 타협으로 유로존 결속력이 강화된다면 유럽발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국 지원을 둘러싼 유로존 내 불협화음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위기국의 재정 건전화도 상당히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지만 유로존의 공멸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확산될 여지는 적은 것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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