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외환은행 대주주로서 지난 4년간 900억원이 넘는 짭짤한 배당 수입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외환은행 지분을 6.12% 보유한 3대 주주로 2007년부터 4년간 총 922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같은 기간 론스타(지분율 51.02%)는 8천560억원, 2대 주주인 수출입은행(지분율 6.25%)은 941억원의 배당을 챙겼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외환위기 때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은의 출자를 받아 외환은행에 다시 출자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갖게 됐다.
외환은행은 1967년 외국환전문은행으로 설립돼 1989년 외환은행법 폐지에 따라 시중은행으로 전환했다.
그 이전에는 한국은행이 최대 주주였다가 민영화 이후 지금 수준으로 지분을 축소했다.
외환은행은 2003년 론스타에 인수된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배당을 유보하다가 2007년부터 전년도 순이익의 일부를 배당하기 시작했다.
외환은행 연간 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한 비중은 2007년 64%, 2008년 47%, 2010년 36.9%로 컸다.
2009년의 경우 국제 금융위기 여파로 10%로 낮았다.
론스타는 애초 외환은행 인수 자격이 있는 금융자본인지 의혹을 산 가운데 고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고 한국을 떠나려 한다는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한은이 외환은행의 고배당에 대해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고 론스타와 함께 배당 수입을 챙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에 들인 돈은 2조1천548억원으로, 배당을 통해서만 투자원금의 40%를 회수했다.
이미 론스타가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한 대금을 포함하면 총 2조487억원을 회수했으며 향후 지분을 모두 팔면 수조원의 투자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앙은행이 시중은행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되고 있다.
외환은행 사외이사 가운데 한 명은 한은 출신 임원으로 채워지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과거 외환위기와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닌데도 시중은행 지분을 장기간 갖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한은이 배당금과 함께 퇴직 임원의 자리를 챙기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의 시중은행 지분 보유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매각하려고 했는데 시장 상황 등으로 무산됐다"며 "외환은행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 추천권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