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연·KINS "예상 가능한 지진 토대 설계" vs 홍태경 교수 "한반도 대지진 가능성"
한반도에서 역대 최대인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원자력발전소의 내진 설계에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엇갈리고 있다.
현재 원자력발전소의 내진 설계 기준은 규모 6.5∼7.0으로, 특히 이번 지진의진앙지와 가까운 고리·월성 원전 주변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한반도에서 예상 가능한지진의 영향을 반영해 설계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서는7.0 이상의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들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헌철 지질연 지진연구센터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앞으로 지진 발생 횟수는늘겠지만, 규모 6.5 이상의 대형 지진이 일어나기는 어렵다"면서 "(대지진이 일어나려면) 길게 연결된 단층과 그 단층을 움직일 수 있는 응력(땅에 작용하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한반도의 지질학적 구조상 응력 축적이 안 되는 환경"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주로 고주파 에너지에 의한 것으로, 지진의 지속 시간이 짧아서 피해 규모가 적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 센터장은 "이번 경주 지진을 비롯해 2007년 1월 규모 4.8의 오대산 지진, 지난 7월 규모 5.0의 울산 지진 등의 사례를 보면 단층의 깨지는 속도가 빠른 '고주파에너지' 형태였다"면서 "10Hz(헤르츠) 이상의 고주파 에너지는 고층 건물에 영향을주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규모가 컸음에도 피해는 적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주로 지진의 지속 시간이 긴 저주파 에너지에 의한 지진인데 반해,한반도는 지질학적 특성상 암질이 단단해 오랫동안 흔들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KINS 관계자도 "현재까지 원전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모든 원전에 대해 내진 설계 기준이 0.2g(규모 6.5) 이하이고, 신고리 3호기 등 신규 원전부터는 0.3g(규모 7.0) 이하로 설계돼 앞으로도 이상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한반도에서도 7.0에 육박하는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제기하며 원전 시설에도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지적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면 7.0을 넘어서는 지진으로 평가되는 사례도 있다"면서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대가 활성단층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정밀한 지질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리·월성 원전과 가까운 양산단층대는 부산에서 양산, 경주에 이르는 단층이다.
이어 "지진 규모는 그 단층의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에 양산단층이 길게 연결돼있다면 앞으로도 규모가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원전에 대해서는 "원전 하부 지하 10km에서 규모 6.5∼7.0의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해 원전을 설계한 것으로, 6.5 규모 이하의 지진에도 진원의 깊이가 지표면에 가까워지면 피해 규모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진의 규모가 작더라도 지진동은 커질 수 있다"면서 "이번 5.8 규모의지진은 예상 가능한 정도지만, 앞으로도 안전할 지에 대해서는 단정짓기 어렵다"고덧붙였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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