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기업 이익을 주주 환원보다 투자에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27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전문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장 투자 지침’을 발표했다.
성장 투자 지침에는 기업이 자금 조달 비용을 웃도는 수익이 예상되는 분야에 투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임금 인상을 포함한 인적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통해 상품 및 서비스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내세운 ‘강한 경제’ 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다. 아베 신조 정권 시절부터 이어지는 기업 지배구조 개혁 작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주주 가치를 끌어올리도록 유도했다. 경영진과 주주 간 대화를 강화하고, 이사회 기능을 확대해 일본 기업 전반에 ‘자본비용’ 개념을 뿌리내리게 했다. 당시 핵심 지표는 국제 기준에 비해 낮다는 평가를 받던 자기자본이익률(ROE)이었다. 일본 기업들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ROE 개선에 나섰고, 이는 닛케이225지수가 사상 처음 60,000을 돌파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ROE를 높이는 재원이 현금성 자산 축소, 비수익 사업 매각 등으로 마련되며 임금 인상과 설비투자 확대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기대한 공격적 투자 확대 역시 보기 힘들다.
경제산업성은 새 지침을 통해 기업이 중장기 가치 증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주주 환원을 넘어 자본 효율이 높은 사업에 자금을 집중 투입해 부가가치를 키우라는 메시지다.
일본에서 대표 성공 사례로 히타치가 거론된다. 히타치는 2009년 3월기 최종 적자 약 7800억엔을 기록한 뒤 사업 구조를 정보기술(IT)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재편했다.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매각했다.
그 결과 한 자릿수에 머물던 ROE는 2026년 3월기 12%대로 상승했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3배 중반까지 올라 증시에서 대표 성장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원활한 사업 재편을 돕기 위해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함께 검토할 방침이다. 경제산업성은 투자자를 향해 “자본 효율성 등 단일 지표에만 얽매여 기업을 평가하는 관행을 지양해달라”고 당부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