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야권 내 가치·노선 투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23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 후 합당 가능성을 강력하게 차단하고 나서면서, 이틀 앞서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한 유시민 작가의 발언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 박지현 "조국의 강은 '내로남불'의 강…선거 후 합당 절대 안 돼"
박 전 위원장은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조국의 강'은 '반칙과 불공정의 강'이자 '내로남불의 강'"이라며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끝나더라도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다시 하나로 합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유 작가를 비롯한 야권 일각의 조 후보 옹호론과 합당 움직임에 가장 최근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박 전 위원장은 과거 비대위원장 시절 조 전 장관에게 반성을 요구했던 이유에 대해 "우리 편의 잘못을 먼저 반성해야, 자식 입시 문제로 논란이 된 국민의힘 후보들을 당당하게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로 자녀 입시 서류 조작이 명백한 잘못으로 드러났음에도, 조 전 장관과 그 지지자들이 법과 정의를 부정하며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 작가가 '조 후보가 공격을 받아 배척당했다'고 옹호한 부분을 두고 박 전 위원장은 "틀렸다"고 정면 반박하며, "당이 그를 멀리한 것은 공격을 받아서가 아니라 사회적 약속인 공정함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조국혁신당 내 성범죄 사태를 대하는 조 후보의 책임 회피성 태도를 강하게 규탄하며, "이번 선거는 우리 정치가 과거의 불공정과 내로남불을 끊어내고 진정한 상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무대"라고 강조했다.
◇ 유시민 "조국, 원래 민주당 사람…통합·개혁 위해 당선이 낫다"
이에 앞서 유시민 작가는 21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평택을 국회의원 자리를 놓고 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혁신당 조국 후보가 다투는 상황을 두고 조 후보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유 작가는 "원래 민주당 사람인 조국이 민주당 후보와 싸우고 있다"며 "민주당 후보는 누구냐, 저쪽 당에서 온 사람"이라고 김용남 후보의 과거 이력을 겨냥했다. 이어 "조국은 본인 때문에 민주당 내부 균열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조국혁신당을 만든 것"이라며 조 대표의 정체성이 민주당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김용남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당장 민주당한테는 좋겠지만 대한민국에 저게 좋을까 하는 걱정을 좀 한다"며 "통합과 연대를 통해 사회 개혁을 위해서는 조국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좀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분들이 고민을 안 하고 그냥 눈앞의 권력을 다투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 민주당 내부 격돌…'본격 노선 투쟁' vs '이재명 정부에 서운한가'
이처럼 박 전 위원장의 최근 발언과 유 작가의 선행 발언이 맞부딪치며 민주당 내부에서도 격앙된 목소리와 함께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친명계 인사인 김지호 전 대변인은 YTN 라디오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에서 "당내에서 본격적인 노선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전 대변인은 "지방선거나 보궐선거를 앞두고 세 대결이나 노선 투쟁이 없기를 바랐는데, 선거가 시작되니 다들 나오셔서 본격적인 경쟁을 하시는 것 같다"며 유 작가의 발언을 당내 헤게모니 싸움의 서막으로 바라봤다.
반면 강성필 민주당 부대변인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유 작가가 왜 저러시나 깊이 고민해봤다"며 서운함의 표출이라는 감정적 해석을 내놨다. 강 부대변인은 "결국 유 작가께서 우리 진영 혹은 이재명 정부에 대해 뭔가 서운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진보 진영의 어른답게 절제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하며,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말해달라고 꼬집었다.
◇ 정치인별 셈법 복잡…지방선거·재보선 결과가 분수령
평택을 재선거가 야권의 노선 투쟁 시험대로 부상하면서 주요 정치인들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올해 초 조국혁신당에 선거 전 전격 통합을 먼저 공식 제안했던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최근 평택을 재선거 국면이 전개되자 자당 김용남 후보 지지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조국 후보는 초기 독자 노선 기조에서 선회해 "당선된 후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전후해 연대와 통합을 주도하겠다"며 민주당원 표심에 호소하는 중이다.
여기에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자당 후보의 우세를 근거로 조 후보의 사퇴 및 양보를 요구하며 단일화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고,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조 후보의 '당선 후 합당 주도'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이상한 억지"라며 당 차원의 선을 긋고 나섰다.
지방선거와 평택을 재선거 결과는 향후 민주당 중심의 일당 독주 체제가 굳어질지, 아니면 조국혁신당과의 당 대 당 통합으로 이어질지를 결정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