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 시대 1·2인 가구 사이에서 대형마트가 아닌 집 앞 편의점에서 필요한 만큼만 사는 '소용량 장보기'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통상 편의점에서 파는 신선식품은 대형마트보다 비싸지만, 대량 구매로 단가를 절감하는 방식의 마트 장보기보다 1·2인 가구에게는 "오히려 편의점이 실속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다.
소비자들이 집 앞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주된 이유는 편리한 접근성도 있지만 '소용량'으로 인한 실질적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위 가격만 놓고 보면 대형마트가 저렴하나 1·2인 가구가 먹기에는 양이 많아 남은 식재료를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편의점은 한 끼 분량에 맞춰 구매할 수 있어 당장 지출하는 금액을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 부담도 줄일 수 있다. 1~2인 가구가 늘어난 만큼 소비자들이 '많이 사서 싸게 먹는' 방식보다 '필요한 만큼만 사서 남기지 않는' 소비를 더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구체적인 가격 차이도 이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양념육은 3~4인 기준에 맞춰 800g 단위인 경우가 많고 가격도 2만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반면 편의점에서는 1·2인 가구를 겨냥해 200g 안팎의 '한 끼 양념육'을 4000원대에 선보이고 있다.
과일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에서는 사과 4~6입 상품이 1만원 안팎에 판매되지만 편의점에서는 낱개 세척 사과를 2000원 수준에 살 수 있다. 무게당 가격은 편의점이 비싸더라도 한 번에 지불하는 금액과 폐기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1·2인 가구 입장에서는 오히려 '실속 있는 선택지'가 되는 셈이다.

편의점 업계도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용량 식재료 판매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CU의 채소·과일·조각 치킨 등 소포장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2024년 20.4%, 2025년 18.5%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4월에도 26.2% 늘었다.
GS25 역시 1~2입, 200g 이하 소용량·소포장 신선식품의 올해 1~4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3% 증가했다. 이마트24도 올해 1~4월 신선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초 40개 점포에서 테스트한 신선강화점포의 신선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수요가 확인되자 점포 구성도 바꾸고 있다. CU는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에 장보기 특화 점포 브랜드인 'CU 스마트그로서리 1호점'을 선보였다.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뿐 아니라 상온·냉동 중심의 소규격 식자재를 강화한 것이 특징. CU는 지난해 110여 개였던 장보기 특화 점포를 올해 약 5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GS25도 신선 강화형 매장을 올해 1분기 기준 836곳까지 늘렸고, 연내 1100곳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세븐일레븐은 롯데마트·슈퍼와 공동 소싱한 '신선을새롭게' 상품을 50여 종까지 확대하고, 신선강화점포를 연내 200여 개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24는 과일·채소 브랜드 '신선그대로'와 정육·계란 브랜드 '신선제대로'를 통해 총 59종의 신선식품을 운영한다.

변화는 식재료에 그치지 않는다. 세븐일레븐은 기존 제품보다 용량을 70~80% 줄인 300ml 소용량 세제 3종을 단독 출시했다. 보관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1~2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이다. 관련 수요에 힘입어 세븐일레븐의 올해 세제류 매출은 12% 신장했다. 편의점 장보기가 한 끼 식재료에서 소규모 생활재 구매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장보기가 1·2인 가구의 생활 반경 안에서 대형마트의 보완재 역할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마트가 대량 구매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다면, 편의점은 소량 구매와 근거리 접근성, 폐기 부담 절감을 무기로 장보기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기조와 1·2인 가구 중심의 인구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장보기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며 "편의점이 대형마트의 보완재이자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기능을 넓히면서 특화 매장과 소용량 상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