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에도 지난해 가계신용이 4년 만에 최대 폭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주식 활황에 ‘빚투’(빚내서 투자)가 확산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신용은 197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말 대비 56조1000억원(2.9%)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증가 폭은 2021년(132조원) 후 4년 만의 최대 규모다.
주담대는 1년 전보다 44조8000억원 늘어난 117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59조6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줄어들었다. 기타대출은 같은 기간 5조6000억원 증가해 682조1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혜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담대는 정책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축소됐으나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기타대출이 증가 전환한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주담대 증가 폭은 7조3000억원으로 3분기 12조4000억원 대비 58.9% 수준으로 줄었다. 기타대출은 작년 3분기 5000억원 감소에서 4분기 3조8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기타대출이 늘어난 것은 예금은행의 신용대출과 보험회사의 약관대출이 확대된 데다 작년 3분기 규제 영향으로 줄었던 카드론의 감소 폭이 축소된 영향이다. 한은은 이런 대출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팀장은 “증권사의 신용공여액이 증가하는 추세고, 증권사가 포함되는 기타금융 중개회사의 대출 통계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주택 위주의 투자가 주식으로 이동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드 사용액을 뜻하는 판매신용은 전 분기 대비 2조8000억원 증가한 126조원을 기록했다. 연말 계절적 요인으로 신용카드 이용이 확대되면서 증가세가 이어졌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 팀장은 “아직 지난해 명목 GDP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3분기까지 명목 GDP 증가율이 3%대 후반을 기록해 가계신용 증가율(2.9%)을 웃돌았다”며 “전년에 비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