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주로 옮겨붙은 ‘순환매’

‘서프라이즈 업종’은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한 보험주였다. 미래에셋생명(29.98%), 롯데손해보험(29.95%), 한화생명(29.92%), 흥국화재(29.88%)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한화손해보험은 25.17% 상승했다. ‘KODEX 보험’ 상장지수펀드(ETF)는 9.9% 올랐다. 다른 금융주도 최근의 급등세를 이어갔다. SK증권과 대신증권이 각각 18.37%, 7.93% 상승했고 메리츠금융지주와 기업은행도 7.34%, 7.33% 오름폭을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3차 상법 개정안이 금융주 상승에 불을 붙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이 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업종에서 강력한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며 “주주환원 확대 기대 속에서 전날 증권주에 이어 이날 보험주가 급등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지정학적 갈등도 일부 업종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방산주뿐만 아니라 에쓰오일(8.21%), SK이노베이션(7.59%) 등 정유주가 ‘에너지 가격 상승 테마’로 분류되며 많이 올랐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과거였다면 국내 증시에도 대형 악재였겠지만 투자심리가 워낙 강하다 보니 지정학적 갈등까지 관련 업종 호재로 전환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조선과 원전주에도 호재가 부각됐다. 미국의 해양행동계획(MAP) 공개, 에너지 협력 기대 등이 대표적이다. 한화오션이 6.61%, HD현대중공업이 4.88% 올랐고 두산에너빌리티는 5.18% 상승했다. 반도체에 밀린 기존 주도주 ‘조·방·원’이 오랜만에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주요 지수 중 올해 최고 상승률
전날 흔들린 미국 증시 탓에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는데도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보인 점은 국내 증시의 강한 투자심리를 입증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란 관련 긴장 고조와 블루아울의 펀드 환매 중단 소식에 미국 뉴욕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1.12%, 홍콩 항셍지수는 1.1% 하락했다. 독일 닥스지수(-0.93%), 영국 FTSE100지수(-0.55%) 등 유럽 증시도 불안했다.한국 증시의 올해 성적표는 주요 국가 중 단연 최고다.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34.78% 급등한 데 비해 닛케이225지수는 9.63%, 항셍지수 0.28%, 중국 상하이지수 1.46%, 닥스지수는 2.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도 코스피지수는 나홀로 급등세를 타고 있다”며 “강한 산업 경쟁력으로 글로벌 증시 불안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강한 개인 순매수세에 기대고 있는 만큼 기관과 외국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돼야 지수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272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은 같은 기간 9조3128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이 중 8조243억원을 차지하는 금융투자 순매수 중 상당 부분이 개인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따른 기계적 매수로 추정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내 증시에 들어와 있던 기존 외인은 차익 실현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라며 “새로운 외국인 자금이 아직 본격적으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