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오픈AI에 투자하기로 한 자금을 100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문학적인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벤더 파이낸싱(공급업체가 고객사에 자금을 지원해 자사제품을 거래하는 구조)’ 우려를 불러온 두 회사의 협력이 흔들리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기업을 축으로 연결된 테크업계의 대규모 순환 투자 구조에도 균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 대신 일회성 투자로
1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픈AI에 300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 협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는 오픈AI가 진행 중인 1000억달러 자금 조달의 일환이다. 지난해 9월 양사가 체결한 1000억달러 장기 투자 의향서(LOI)는 백지화된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10년 간 매해 10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일회성 투자로 전환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오픈AI가 투자금 대부분을 엔비디아 칩 구매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양사의 이상 기류는 올 초부터 감지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 1000억달러 투자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 내부에서 이같은 대규모 계약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의 사업 방식에 규율이 없다고 비판했다는 내용도 보도에 담겼다. 다음날 황 CEO는 곧바로 불화설을 부인했다. 다만 1000억달러 투자에 대해서는 “확약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투자 축소는 오픈AI의 장기 성장세에 대한 회의론이 일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WSJ에 따르면 황 CEO는 구글·앤스로픽 대비 오픈AI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고 전해진다. 2022년 말 챗GPT를 출시한 이후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오픈AI의 모델 성능 우위는 최근 흔들리고 있다. 이날 구글이 출시한 신형 AI모델 제미나이3.1 프로는 주요 AI 성능 벤치마크인 인류의 마지막 시험(HLE) 결과 44.4%를 받아 GPT-5.2(29.9%)를 9.9%포인트 차로 앞섰다. 전작인 제미나이3 프로(38.3%)에 이어 두 번 연속 오픈AI의 모델 성능이 구글에 뒤진 것이다. 챗GPT-5.2는 최근 앤스로픽이 출시한 오퍼스-4.6(34.2%)에도 성능이 따라잡혔다. 테크업계 한 관계자는 “챗GPT 모먼트 이후로 굳건했던 오픈AI의 성능 우위도 확신하기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오픈AI, '8300억' 가치 자금조달 곧 마무리
오픈AI는 대규모 자금 조달로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급격하게 현금을 소진하는 상황에서 올해 말로 예상되는 기업공개(IPO)로 넘어가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다만 장기 자금 흐름에는 적색등이 켜졌다.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확보해야 오픈AI가 상장 후에도 경쟁사와 맞서 AI 모델 경쟁력의 핵심인 인프라 투자를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픈AI는 엔비디아 투자를 바탕으로 자금 조달을 곧 마무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300억달러를 올해 세 차례에 걸쳐 나눠 투자하고, 아마존이 최대 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의 오랜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수십억 달러 투자를 타진하고 있다. 기업 가치는 지난해 10월 기준 5000억달러에서 8300억달러로 상승하게 된다.
이번 라운드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오픈AI가 상장할 경우 보통주로 전환되는 우선주를 받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디인포메이션에 “투자자는 1배수 청산 우선권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회사가 매각되거나 청산될 때 다른 주주보다 먼저 투자 원금을 가져갈 수 있는 권리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