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대 정치 행사로 꼽히는 노동당 제9차 대회가 지난 19일 막을 올렸다. 당이 국가기관을 영도하는 체제인 북한에서 당대회는 국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 경제가 노후와 침체에서 벗어났고, 대외적 국가의 지위를 불가역적으로 다졌다"고 자신했다.
20일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평양에서 개막한 조선노동당 대회 개회사에서 "앞날에 대한 낙관과 자신심에 충만돼 당 제9차 대회에 임하고 있으며 이는 자부할만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실패를 자인했던 2021년 8차 당대회를 언급하며 "5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는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대외적으로도 국가의 지위를 불가역적으로 굳건히 다짐으로써 세계 정치구도와 우리 국가에 미치는 영향 관계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고,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도 공고히 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힘있게 다그쳐나가는데 유리한 조건과 환경도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와의 협상 결렬 후 국제적 고립 상태에서 맞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자연재해 등을 극복한 사실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5년 전 상황을 언급하며 "혁명의 주·객관적 조건은 말 그대로 자체를 보존하기도 힘들 정도로 엄혹했다"면서도 "환경은 어려웠지만 당과 인민,군대가 굳은 각오로 강력한 실천에 착수해 획기적인 성과를 이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분야에서 인민경제발전 5개년계획이 완수되고 주요 공업 부문의 기술 하부구조와 기능을 보강·정비하는 사업이 추진됐다"며 "경제의 적지 않은 분야가 오랜 노후와 침체에서 벗어나 전진할 수 있게 하는 토대와 잠재력 다져졌다"고 자평했다.
이날 김정은은 미국과 한국을 비난하거나 핵 무기 등 무력을 집중적으로 강조하지 않았다. 향후 경제 건설에 치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오늘 우리 당앞에는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을 추켜세우고 국가사회생활의 모든 분야를 개변해야 할 절박한 역사적 과제들이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는 중앙당 간부를 비롯해 지역과 직능 별 주민 대표 등 5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수 일간 열리는 이번 9차 당대회에서는 지난 5년간의 성과를 결산하고, 향후 5년간의 대내·대외 정책의 방향이 발표될 전망이다. 당대회 기간에 노동당 규약 개정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정은의 주석 등극, 남·북 '적대적 두국가' 명문화 등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