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에선 다수 의원이 "왜 사형이 선고되지 않았냐"고 날을 세운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무기징역형도 참담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동안 범여권은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 온 반면 야권은 존치에 무게를 실어 왔다. 그러나 최근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범여권에서 기존과 다른 입장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 범여권 '尹 사형' 안 나오자 비판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윤 전 대통령의 1심 결과 후 여권 서울시장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이견이 나왔다. 민주당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헌법과 법치의 원칙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글을 올렸다가 박주민·박홍근 등 다른 후보들이 "국민 혹은 서울시민 정서와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취지로 반박하자 삭제하는 일이 있었다. 이들은 사형이 선고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구청장은 "이번 판결은 끝이 아니라 심판의 시작"이라며 "특검의 즉각 항소와 상급심의 엄정한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내용의 새 글을 게재했다.
이렇듯 범여권은 사형 선고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재판부에 불만을 표출하는 상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재판장인 지귀연 판사를 거명하며 "'비교적 고령인 65세' 대목에서 실소가 터졌다. 윤석열이 55세였다면 사형을 선고했다는 말이냐"며 "세상 물정 모르고 국민 정서도 모르는 철딱서니 없는 판결을 했다"고 지적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비교적 고령'과 '오랜 공직 복무'를 감경사유로 넣은 것은 뜬금없는데, 일반 형사사건에서의 감경사유를 기계적으로 넣은 것으로 보인다. 내란에 맞서 싸운 국민의 마음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안타깝고 참담하다"는 입장이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1심 판결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 사형 반대해온 진보였는데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정치권 반응을 두고 다소 어색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간 보수 정당은 강력 범죄 대응 일환으로 사형제 부활론을 거론해왔을 때, 진보 정당에서는 △ 오판 가능성 △생명권 보장 △범죄예방효과 미흡 등 사유로 보수 정당에 비해 사형제 폐지에 힘을 실어 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야권에서는 대표적으로 과거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이 흉악범죄에 대해 사형 집행 재개를 주장한 바 있다.보수권에서 사형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인 선례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있다. 그는 법무부 장관 당시 "사형제는 외교 관계에서 굉장히 강력한 의미를 갖는다"며 "사형을 다시 집행하면 유럽연합(EU)과 외교 관계가 단절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4년 말 대표 발의한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에는 형법과 다른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형벌 중 사형을 폐지하고 이를 종신형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함께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의원 64명 명단에는 조국 대표, 민주당 민형배·박주민·박홍근·위성곤·전현희 의원 등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사형이 선고됐어야 취지의 발언을 한 의원들이 대거 포함됐다.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재판을 받은 이 순간에도 팔팔하게 내란을 선동하고 있는 65세 청년에게 내란죄 최저형 무기징역은 선처"라며 무기징역형도 가볍다고 비판했다. 다만 박지원 의원은 선고와 집행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사형제 폐지론자고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고 유사 사례가 재현되지 않기 위해 사형 집행을 하지 않더라고 사형 선고가 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BBS라디오 아침저널에서 "박주민 의원은 제가 알기로는 사형 폐지론자"라며 "사형 폐지론자가 무기징역 나왔다고 '사형 안 준 것이 문제'라고 하는 건 진짜 이상한 모순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박주민 의원이 과거 사형제도 폐지 콘서트에 참석해 발언하는 사진 등이 확산했다.
이와 관련해 박주민 의원은 "사형제 폐지론자가 맞다"며 "헌정 사상 유례 없었던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에 대해서는 법정 최고형에 처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사형제 폐지는 여러 제도정비와 같이 논의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을 제외한 상당수 의원들은 이번 6.3 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본선에 앞서 당내 경선을 앞두고 신경전이 치열하다. 지지층 민심을 대변하거나 출마 지역 분위기를 반영한 행보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