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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맥아더가 단골…5년 버티기 힘든 뉴욕서 140년을 보냈다 [류재도의 테마가 있는 다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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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맥아더가 단골…5년 버티기 힘든 뉴욕서 140년을 보냈다 [류재도의 테마가 있는 다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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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에 따라 가치가 변한다. 섬유 산업 따라 패션 유행이 바뀌고, 식자재 공급망 따라 먹거리가 다양해진다. 기술발전으로 도시는 화려하게 진화한다. 세계 경제, 문화, 예술의 메카 뉴욕은 변화하는 가치의 쇼케이스다.


    그런데 변화에 민감한 뉴욕에서 진정으로 인정받는 가치는 시대를 초월하는 클래식이다. 섬세한 뉴요커는 물론 대중의 입맛까지 개성 있게 사로잡은 클래식 레스토랑을 꼽으라고 한다면 '킨스 스테이크하우스'라 하겠다.

    1885년 뉴욕에 역사적 아이콘이 등장한다. 프랑스에서 배로 도착한 자유의 여신상이 리버티섬에 세워지던 때다. 같은 해 맨해튼 미드타운에 '킨스 잉글리시 찹하우스'(Keens English ChopHouse)가 생겼다.


    이 식당은 당시 극장가로 번창하던 헤럴드 스퀘어에서 업계 사람들의 단골집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창립자 킨도 프로듀서였다. 평균 수명이 5년도 안 되는 것이 오늘날 뉴욕 레스토랑 비즈니스다. 그런데도 킨스 스테이크하우스는 토박이들이 여전히 사랑하는 역사적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킨스의 시그니처 메뉴는 양고기 머튼찹(Mutton Chop)이다. 통상적으로 알려진 부드러운 양고기는 1년이 안 된 어린양 램(Lamb)이고, 머튼은 성숙한 양이라서 램에 비해 투박하지만 담백한 풍미가 있다.



    머튼은 원래 영국에서 즐겨 먹던 육류다. 2차 세계대전 유럽 전선에 투입된 미군들도 자주 먹었다. 미국에서도 소비되던 머튼은 전후 복합적인 이유로 수요가 감소한다. 패션 산업에서는 합성섬유의 발전으로 양모 생산이 줄었고, 양을 오래 키울 필요가 없으니 램이 머튼을 대체했다. 냉장 화물열차의 등장으로 소고기 공급망이 확장됐고, 집으로 돌아온 군인들은 전선에서 먹어야만 했던 고기에서 입맛을 돌렸다. 이런 변화 속에서 킨스가 우직하게 시그니처 메뉴로 지켜낸 것이 머튼찹이다.


    진득하게 유지된 맛의 비결은 간결함에 있다. 고기의 수분과 피 흡수에 탁월한 코셔소금, 약간의 카놀라유가 머튼찹 시즈닝의 전부다. 정교하게 손질된 고기는 500도 넘는 브로일러에서 노릇하게 초벌하고, 250도 오븐에서 30분 정도 익힌다. 플레이트로 옮긴 후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을 주고, 볶은 에스카롤, 샬롯, 마늘, 레몬주스와 민트 육즙 소스를 더하면 플레이팅 완성. 소고기의 담백함과 돼지고기의 쫄깃한 식감을 하나에 담았다. 그래서 풍미가 강한 양고기 맛에 밸런스를 잡으려면 민트 소스가 빠질 수 없겠다. 미국에서는 20세기부터 젤리 형태로 변형을 줬는데, 킨스에서 직접 만드는 민트 젤리는 머튼찹과 천상의 페어링을 보여준다.




    다이닝룸 천장과 레스토랑 곳곳을 빼곡하게 장식한 파이프는 킨스의 또 다른 상징이다. 19세기 말 극장가 사람들의 참새방앗간으로 시작해 2003년 뉴욕에서 실내 흡연이 금지되는 날까지, 9만 명 넘는 파이프 클럽 회원을 유치한 결과다. 점토로 만든 긴 파이프가 깨지기 쉬우니 손님들에게 보관 멤버십을 제공했다. 다이닝룸에서 각자의 파이프를 태울 수 있도록 관리인이 가져다주던 단골 서비스가 파이프 클럽이다. 17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레스토랑 문화를 계승한 킨스의 파이프 클럽은 100년 넘는 세월 동안 역사적인 인물들도 모셨다.


    역대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허버트 후버, 금융왕 JP 모건, 홈런왕 베이브루스 등 정치, 경제, 문화, 다양한 분야에 이르는 클럽 회원들의 파이프를 아직도 만나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도 회원이었다. 다만 애석하게도 그의 파이프는 어느 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고 한다. 파이프를 물고 연구하는 모습의 아인슈타인보다 파이프가 더 어울리는 회원도 있다. 우리와 인연이 깊은 맥아더 장군, 그의 파이프는 사라지지 않았다.





    타이타닉 선두에서 자유의 여신상이 이미 보인다던 파브리치오, 디카프리오는 "내가 세상의 왕이"라고 외쳤다. 예나 지금이나 뉴욕은 모두가 꿈꾸는 화려한 도시다. 변화무쌍한 가치의 변화 속에서 시대를 초월하며 사랑받는 클래식이 정제되기 좋은 무대이기도 하다. 1885년 뉴요커와 오늘날의 관광객 모두에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을 선사하는 맛과 전통, 자유의 여신상이 쭉 지켜본 뉴욕 클래식이다.

    류재도 파크앤비욘드 크리에이티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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