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를 세운 모리스 창 창업자(사진)가 “삼성전자가 최근 정치적 혼란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을 두고선 “기술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10일 외신에 따르면 창 창업자는 지난 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자서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삼성전자 경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정치권의 탄핵 논란이 삼성전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 것이다. 산업계에선 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으로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허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등이 담긴 반도체특별법 처리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창 창업자는 삼성전자가 TSMC 추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몇 가지 기술적 문제”라고 봤다. 삼성전자가 TSMC에 앞서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에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도입했지만 낮은 수율(양품 비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언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의 협력에는 부정적이었다. 창 창업자는 과거 인터뷰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기업으로 삼성전자를 꼽은 바 있다. 그는 “과거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하고 싶어 했는데, 혼자서는 할 수 없으니 협력하자고 했다”며 “당시 TSMC가 삼성과 협력하는 건 좋지 않다고 여겼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 창업자는 인텔의 미래에도 비관적 견해를 보였다. 그는 “인텔은 파운드리 전략에 문제가 있었고 이제는 최고경영자(CEO)도 사임했다”며 “아마 두 문제 모두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TSMC에 대해선 “경쟁사가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창 창업자는 미국 반도체 회사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25년간 근무한 뒤 1985년 대만으로 돌아와 1987년 TSMC를 창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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