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어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하고 부동산 중심 영업 행태를 질타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문제가 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관련해 “일부 회사의 리스크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에 충격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게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감되는 대목도 있지만 금융계 CEO를 수시로 소집해 거칠게 압박하는 듯한 모습은 부적절하다. 시장 자율성을 떨어뜨리고, 한국 증시의 고질인 ‘코리아(K) 디스카운트’를 오히려 키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 원장은 취임 후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예금·대출 금리차 확대로 큰 이익을 낸 은행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금리 상승기에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개입 의지를 노골화했다. 김 위원장도 지난해 11월 8대 금융지주 회장을 모아 놓고 “업계 스스로 국민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며 “직접적인 금리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했다. ‘상생 금융’ 대책 마련을 위한 금융당국의 소집 릴레이는 17개 은행장과 보험사 CEO로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금융지주가 ‘이자 장사’를 했다고 비난받고, 당국 압박 속에 2조원이 넘는 상생 금융을 갹출한 탓에 은행주가 전반적으로 뒷걸음질 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어제 간담회에서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하겠다”고 했다. 새해 들어 미국과 일본 증시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유독 한국 증시가 K 디스카운트에 발목 잡혀 고전하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일 것이다. 그런데 북핵 문제, 노동시장 경직성 등과 함께 K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혀온 게 해묵은 관치금융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외치는 윤석열 정부조차 때때로 ‘신관치 논란’을 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 법과 제도의 선진화가 요원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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