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 스크린도어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한 업체가 공공기관으로부터 입찰 참가 자격 제한처분을 받은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기계식 주차설비 제조 업체인 A사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사는 2015년 12월~2016년 9월 승강장 스크린도어 관련 8개 입찰에서 담합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재작년 3월 A사에 1년 2개월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내렸다.
A사는 처분에 불복해 같은 해 11월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1·2심 법원은 "해당 처분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A사가 입을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공사 측은 작년 12월 제재 수위를 낮춰 1년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다시 내렸다.
A사는 "앞선 처분보다 극히 짧은 기간이 감경되었을 뿐"이라며 재차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담합으로 낙찰받은 건은 3건에 불과하고 관련 계약금도 13억여원에 불과하다"며 "모든 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과정에 협조해 시정조치와 과징금 등의 제재를 모두 면제받았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법원은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사는 총 8회의 담합 행위에 가담했고 이 중 6회는 낙찰예정자로서 담합을 주도했다"며 "담합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고 횟수가 적지 않은데다 경쟁 입찰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로부터 제재 면제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관련 제한 처분을 면제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담합의 근절을 통해 시장경제 질서를 유지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A사가 입게 될 피해가 크다고 하더라도 처분으로 얻게 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사는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