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밝힌 이후 천일염 등 소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오염수 방류 전 천일염을 사재기하는 현상까지 빚어지면서 소금 대란이 확산하는 조짐이다. 가격이 많이 올라 식당 등 자영업자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천일염 사재기 징후는 아직 없다”며 진정에 나섰지만 서울 주요 대형마트에선 소금이 진열되는 대로 품절되는 등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18일 찾은 서울 지역 대형마트의 소금 판매 진열대는 빈 곳이 많았다. 특히 천일염은 ‘멸종’ 수준이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천일염은 진열되기 무섭게 품절된다”며 “하루에도 몇 번 소금을 다시 채워 놓지만 바로 소진된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지난 1~14일 소금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55.6%, 천일염 매출은 118.5% 급증했다. 롯데마트에서는 같은 기간 소금 매출이 30% 늘었다.
천일염 수요가 급증하자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소금 구매를 인당 한 개로 제한했다.
온라인 쇼핑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천일염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대다수 쇼핑몰은 ‘천일염 주문 폭주로 도착까지 최장 10일이 소요된다’ 등의 안내 공지를 띄웠다.
유통업계에선 소금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소금을 구매한 60대 주부 최모씨는 “이미 천일염 등 소금을 잔뜩 사뒀다”며 “아이들이 먹을 음식인데 오염된 소금을 쓸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사재기가 빈번하게 벌어지면서 가격도 치솟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굵은 소금(5㎏) 소매가격은 지난 16일 기준 1만3406원으로, 1년 전(1만1188원)보다 19.8% 올랐다. 평년(7901원)과 비교하면 69.7% 높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씨(74)는 “오늘 부르는 값이 다르고, 내일 부르는 값이 다를 정도로 지나치게 비싸졌다”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소금 가격 상승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국수집을 운영하는 B씨는 “소금을 적게 쓰면 음식 맛이 변하니 사용량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일부 유통업체는 미리 확보해 둔 양질의 소금을 선보이고 있다. CU는 자체 커머스 앱인 ‘포켓 CU’에서 국내산 프리미엄 천일염을 배송 판매한다고 이날 밝혔다. 판매하는 제품은 전남 신안에서 자연 건조한 천일염이다. 200g, 500g, 1㎏ 제품과 선물세트 등 4종을 판매한다. 신재호 BGF리테일 e커머스팀장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소식에 먹거리 불안을 느끼는 소비자를 위해 특허 기술과 방사능 검사를 통해 안전하게 생산된 국내산 소금을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