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도시의 오피스 공실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는 은행 부실로 이어져 금융 시장의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미국 부동산 서비스 회사 CBRE에 따르면 2023년 3월 말 기준 세계 17개 주요 도시 가운데 10개 도시의 공실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뉴욕 홍콩 상하이 런던 등 10개 도시의 공실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카고와 LA,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주요 도시의 공실률은 20% 안팎까지 치솟았다. 상하이와 홍콩 등 중국 주요 도시의 공실률도 15%를 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공실률이 낮은 도시는 베이징, 도쿄 등 7곳이었다. 도쿄의 공실률도 불경기와 호경기의 경계 수준인 5%에 달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올 3월 말 세계 오피스 공실률은 평균 12.9%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2010년 기록한 13.1%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재택근무가 정착된 데다 경기 부진에 대비해 정보기술(IT) 대기업 등이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서면서 오피스 수요가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도심 지역의 낮시간대 인구가 감소하면서 오피스뿐 아니라 호텔과 쇼핑몰 등 상업시설 가동률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는 오피스 공실률에 각국 금융당국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가 금융시장을 휘청거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업은행의 오피스와 상업시설 대출 규모는 3조달러(약 3881조원)로 불어났다.
시장 조사회사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상업용 부동산 거래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하락했다. 2009년 9월 이후 하락폭이 가장 크다. 부동산 가격과 담보 가치 하락으로 부실 대출이 늘어나면 은행이 대출 축소에 나서 경기 악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요 금융당국은 우려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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