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혹한'이 장기화되며 삼성전자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증권가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조원 안팎까지 급락해 어닝쇼크(급격한 실적 악화)를 기록할 것이란 보고서를 속속 내놨다. 그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반도체 부문(DS) 적자전환이 유력시되면서 일각에선 LG전자가 14년 만에 삼성전자를 추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한파…삼성전자 1분기 영업익 14조→1조 '뚝'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1억원, 매출액 64조201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2.92%, 17.4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1분기 14조원대를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영업익이 반도체 수요 급감으로 1조원대 안팎으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 최악의 경우 1분기 전체 영업익이 적자전환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만약 삼성전자가 영업적자를 낸다면 2008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그간 반도체 부문은 삼성전자 전사 영업익의 60~70%를 차지하던 버팀목이었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던 2021년까지만 해도 비대면 수요로 탄탄한 실적을 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며 지난해 1분기 14조1200억원을 기록한 영업익은 4분기엔 4조3100억원까지 뚝 떨어졌다.
올해 1분기 반도체 상황은 더 안 좋다. DS 부문 4조원 내외 영업적자가 예상돼 삼성전자 전체 실적을 끌어내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년 이상 목격하지 못했던 '반도체 적자'가 현실화될 것이란 얘기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적자는 2009년 1분기가 마지막이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악화가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TV·가전 등을 만드는 DX 부문은 1분기 4조원대 초반의 영업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부적으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MX) 사업부가 업황 대비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올 1분기 갤럭시S23 시리즈 출하량이 1100만대를 기록하는 등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 일부를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전장 '선방' LG전자, 14년만에 영업익 추월하나
삼성전자 실적 악화가 기정사실화하면서 LG전자 영업익이 14년 만에 삼성전자를 추월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서 작년 공장 가동률을 낮춰 재고 정리에 힘쓴 데다 신성장동력인 전장부문 실적 개선으로 호실적이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1분기 LG전자의 매출액이 20조7489억원, 영업이익이 1조109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2%, 41.01% 감소한 수치지만 상대적으로 선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가전(H&A), TV(HE) 주문량이 양호한 가운데 전장부품(VS), 비즈니스솔루션(BS)의 흑자 규모가 확대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8000억~1조원대였던 에프앤가이드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최고 1조5000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오는 7일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삼성전자의 향후 방향성에 관심이 쏠린다. 회사 측은 "인위적 (반도체)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재고가 쌓이고, 예상 적자 규모도 커지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D램 생산이 감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1분기에도 재고가 증가했을 것"이라며 "보수적인 캐파(생산능력) 운영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