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수출에 직·간접적 타격을 받게 되면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0.3%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7일 ‘향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한국 수출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면 총수출액(명목)은 1.0~1.7%, 실질 GDP는 0.1~0.3%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핵심 품목 수출이 주로 미·중에 편중돼 있다”며 “주요 원자재 수입의존도도 높기 때문에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정보기술(IT) 제품과 자동차의 미·중 수출 의존도는 높은 수준이다. 반도체는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55%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 비중이 40%를 차지한다.
국내 제조업의 중간재 수입의존도 역시 높다. 전체 제조업의 수입 중간재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7%다. 이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5%, 미국·일본·유럽연합(EU)은 3%다. IT는 중국산 중간재 비중이 11%에 달한다. 보고서는 “과거 사드 사태 당시 한국의 대중 수출이 추세 대비 3% 정도 줄어든 경험을 고려했다”며 “다만 무역 갈등 전개 양상과 여타 국가로의 수출 대체 가능성 등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역별·품목별 다변화, 기술혁신 등을 통해 리스크 현실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압력이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완화됐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따라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면 글로벌 무역은 1년간 0.3~0.5% 둔화하고, 물가상승률은 0.2~0.5%포인트 올라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중국 리오프닝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경기 진작 효과가 크다”면서도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중국 공급망 차질 완화에 따른 하방 요인과 원자재 수요 확대라는 상방 요인이 혼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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