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사진)의 자녀가 원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감사원 2인자(차관급)인 유 총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탈(脫)원전’ 정책으로 조기 폐쇄된 월성원전 1호기에 대한 감사를 주도한 인물이다.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유 총장은 지난달 공직자 수시재산공개를 통해 재산 38억2054만원 중 상장·비상장 주식 19억8534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여기에는 장남과 장녀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724주씩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핵심 설비인 원자로 모듈 등 주(主)기기를 제작하는 업체다.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에 따른 수혜주로 꼽힌다.
유 총장 자녀의 보유액은 등록기준일(취임일)인 지난 6월 15일 종가(1만7350원) 기준 2512만원 규모다. 감사원에 따르면 유 총장 자녀들이 해당 주식을 매수한 시점은 지난해 6월께다. 당시 유 총장은 월성원전 감사를 담당하는 공공기관감사국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감사원은 2020년 10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경제성 평가 결과 조작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후 유 총장은 올해 1월 감사연구원장으로 이동했다. 당시 월성원전 감사로 인한 ‘좌천성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6월 사무총장에 전격 발탁됐다.
야권에서는 “유 총장이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 감사’를 주도했고, 이번 정부에서도 탈원전 등 소위 ‘악폐 청산’ 작업에 나선 상황에서 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원전 업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에너지 수급 정책과 관련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유 총장 측은 해당 주식은 직무와 관련성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1급 이상 공직자는 본인 및 가족이 보유한 주식 가액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2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인사혁신처는 유 총장의 청구에 따라 직무 관련성 여부를 심사 중이다. 유 총장은 주식 취득 경위에 대해 “월성원전 감사가 종료된 지 8개월이 지나서 자녀들에 5000만원씩 증여했다”며 “이후 자녀들이 경제 공부 차원에서 자기 의사로 주식을 취득했고 현재 손실을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주식 처분 계획에 대해선 “직무 관련성 심사 결과가 나오면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유 총장은 본인과 가족의 보유 주식에 대한 직무 관련성 심사 청구를 취소한 뒤 당장 주식 백지신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