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19일 16: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공모 회사채를 통한 자본 확충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롯데지주에 이어 롯데케미칼도 최대 5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37조원 규모의 신사업 집중 투자 계획을 선포한 롯데가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5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2년물 800억원, 3년물 1300억원, 5년물 400억원 규모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오는 22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30일 발행하는 게 목표다.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 수준이다. 확보한 자금은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화학단지를 조성하는 ‘라인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롯데쇼핑도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회사채 시장에 복귀할 방침이다.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한 회사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매겼다. 탄탄한 실적을 기록한 만큼 목표 물량을 채우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롯데쇼핑의 2분기 영업이익은 744억원으로 작년 2분기(76억원)보다 9배 이상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들어 롯데가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회사채 시장에서 대표적인 ‘빅 이슈어’(Big Issuer)로 꼽힌다. 대규모 자금을 매년 회사채로 조달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금리 인상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발행 계획을 잇따라 연기했다. 지난 4월 롯데렌탈(1500억원) 이후 3개월가량 롯데 계열사들이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았다.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 시장이 막히자 기업어음(CP)에서 유동성을 우회 확보하려는 시도가 늘어났다. 올 들어 호텔롯데, 롯데하이마트, 롯데렌탈, 롯데지주 등이 만기 6개월 이상 장기CP로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행이 수월한 CP 시장을 찾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금리 인상 속도가 정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롯데가 회사채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호재로 꼽힌다. 지난달 28일 롯데지주는 회사채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목표액 2000억원에 총 5450억원의 주문이 몰리면서 4000억원까지 발행 규모를 늘렸다.
그룹 차원에서 신사업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5월 롯데그룹은 2026년까지 37조원을 투입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오, 모빌리티, 친환경 등 신사업과 화학, 유통, 식품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투자 걸림돌이 사라진 상태”며 “투자 계획 이행을 위한 밑작업인 자본 확충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