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부 도시 부차에서 민간인 시신이 발견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처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재판 요건을 채우기가 사실상 '불가능'이거나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러시아가 거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할 것을 요구했지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전쟁범죄를 다루는 국제 사법기구는 크게 두 개로 나뉜다. 국제형사재판소(ICC)와 유엔 산하의 국제사법재판소(ICJ)다.
이 중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푸틴 대통령을 세우려고 하는 곳은 ICC다.
이들은 러시아에 대한 조사를 비교적 일찍 착수했다. 카림 칸 ICC 부장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지 4일 만에 "'가능한 신속하게' 푸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다"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반인륜적 범죄와 전쟁범죄를 일으키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영국을 포함한 39개국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공격한 혐의로 ICC에 러시아를 제소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ICC는 123개의 회원국을 두고 있다. 회원국과 관할구역으로 정한 국가에서 기소된 인물이면 재판이 가능하다. 집단 학살, 침략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형사 처벌할 수 있다. 개인이 전쟁 범죄를 저지른 증거가 있다면 ICC는 체포 영장 발부도 요청할 수 있다.
ICC 제소를 위해서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범죄의 책임자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참상 목격자와 러시아군 포로로부터의 증언이 필요하다.
증언이 이뤄지고 푸틴 대통령이 최종 책임자라고 밝혀져도 문제는 여전하다. ICC는 궐석 재판을 열지 않는다. 자체 경찰력도 없어 푸틴 대통령을 체포하려면 각국 정부에 의존해야 한다.
2016년 러시아는 ICC를 탈퇴했다. 러시아 외부에서 푸틴이 체포될 확률도 낮다. 재판이 열릴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는 관측이다. 또 로이터통신은 "역사적으로 볼 때 ICC가 개인에게 유죄를 내린 경우도 적다"고 했다.
ICJ의 경우 전망은 더 부정적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ICJ에 제소한 상태다. ICJ는 국가 간 분쟁을 국제법으로 해결하는 기관이다.
판결 구속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ICJ가 판결하더라도 집행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맡는다. 러시아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다.거부권을 행사하면 강제할 수 없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푸틴과 그 측근이 권력을 가진 이상 국제 사법 시스템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