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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이준석, 키보드만 두드려" vs 李 "시위 방식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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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으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SNS 자판만 두드릴 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고 의원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는 장애인 시위가 서울시민들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다면서 연일 폄훼의 말을 쏟아내고 있다"며 "교통 약자들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이미 93% 설치돼 있다며 큰소리 치기 전에 현재 설치돼 있는 것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여러 가지 불편사항들로 무용지물 고철 덩어리로 전락하지 않았는지 살펴봤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서울시 지하철 승강기가 모두 2880대다. 이 가운데 역사와 이어진 건물의 건물주 등 민간에서 유지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것이 96대다. 저는 이 96대에 대한 운영 실태를 점검한 바 있었다"며 "작년 7월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96대 중 11대가 고장, 건물주의 운행 거부 등의 사유로 짧게는 5개월에서 길게는 17년간 운행 중단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위 11대 가운데 온전히 정상 운행 중인 승강기는 단 한 대도 없다. 문제 제기 당시 저는 서울시가 먼저 예산을 투입해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 비용 문제는 추후 정산하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며 "소송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그 기간 동안의 피해는 고스란히 교통약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승강기 문제에 대해서 주목해야 될 것은 앞으로 93%에서 100%로 승강기 설치를 완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설치된 것들은 잘 운영되고 있는지, 승강기를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들 혹은 교통 약자들의 입장에서 편리하게 이동권을 보장받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며 "국민을 향해 윽박지르기 전에 현재 운영되고 있는 승강기의 실태는 어떠한지, 어떤 개선책을 만들어 국민의 불편을 해소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곧 여당이 될 공당의 대표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이 부르짖고 있는 법안들이 왜 필요한지 또 무엇이 걸림돌이 돼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며 "SNS 자판만 두드릴 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는 이날 오전 경복궁역 내 회의실에서 전장연과 면담을 가졌다. 전장연 측은 이 자리에서 요구사항이 담긴 자료를 인수위에 전달하며 탈시설(807억 원)·활동 지원(2조9000억 원)을 위한 예산 편성 등을 촉구했다. 전장연 측은 인수위에 이 대표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인수위 측은 "말씀 전달해 올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사과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될 조짐이 보이자 "사과할 일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오늘 전장연 지하철 시위 현장에 가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고 한다'는 질문을 받자 "김예지 의원은 의원 개인 자격으로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거기에 평가할 일도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휠체어를 지하철 출입문에 끼워 넣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하철 출입문에 휠체어를 끼워 넣고 운행을 중지시켜 다수의 불편을 야기해 본인들의 뜻을 관철하는 건 매우 비문명적"이라며 "누구든지 시위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지만, 방식에 대해선 강하게 지적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전장연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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