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차질이 생길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장 과정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보유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 핵심 계열사 지분 확보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 상장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탓이다. 공모가는 희망밴드(5만7900~7만5700원) 하단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당초 정 회장은 상장 과정에서 현대엔지니어링 보유 주식 약 534만주를 처분, 약 3000억~4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업계에선 칼라일그룹에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2009억원까지 합쳐 핵심 계열사 지분 확보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대모비스 지분 0.32%, 현대차 지분 2.62%, 기아 1.74%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23.29%였지만, 칼라일에 넘기면서 20%로 감소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모비스→현대차→기아→모비스', '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제철→모비스', '모비스→현대차→글로비스→모비스', '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증권가에선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8년 때처럼 현대모비스를 투자부문과 모듈/AS 사업부문으로 인적 분할해 상장하고, 정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현대모비스 모듈/AS 사업부문 지분을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투자부문 지분과 교환하는 방안을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투자부문에 대한 충분한 지분을 확보할 수 있고, 순환출자 해소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정 회장이 기아 등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을 현금이 확보될 때마다 매입하는 방식도 거론되지만, 자금력의 한계상 쉽지 않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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