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광역시 화정동 ‘화정현대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후 전국 공사 현장에서 안전점검에 나섰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참사에 이어 7개월 만에 광주에서 붕괴 사고가 반복되면서 오너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HDC현산은 13일부터 이틀간 전국 65개 현장의 공사를 중단하고 자체 안전점검을 시행했다고 14일 밝혔다. HDC현산 관계자는 “지금까지 특별한 이상 상황이 발견된 현장은 없다”며 “자체 점검을 마친 뒤에도 외부 안전진단 업체와 계약을 맺어 추가적으로 점검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DC현산에 따르면 정 회장은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발생 당일 밤 광주에 내려간 유병규·하원기 HDC현산 대표와 함께 지금까지 광주에서 체류하면서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는 HDC현산 임직원 50여 명으로 구성된 대책본부가 상주하고 있다.
정 회장은 아직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사고 발생 다음날인 12일 유 대표가 “HDC현산의 책임을 통감하며 실종자 수색에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한 게 전부다.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 사고 당시 바로 다음날 광주를 찾아 “재발 방지를 위해 전사적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선 7개월 전 학동 사고와 이번 붕괴 사고는 HDC현산과 정 회장이 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는 HDC현산이 공사에 들어가기 전 하도급업체의 건물 철거 과정에서 발생했다. 해당 사고와 관련해 기소된 피고인 9명 가운데 현장소장 한 명을 제외한 8명은 모두 하도급업체 관리자와 재하도급업체 관계자다. 반면 이번 붕괴 사고는 HDC현산이 직접 시공하는 도중 벌어진 사고여서 책임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오는 27일 인명사고 발생 때 최고경영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을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브랜드 신뢰도에 큰 타격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일각에선 정 회장이 실종자 수색 및 구조를 마치고 피해 규모를 파악한 뒤 더욱 신중하게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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