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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저커버그의 1표는 개미의 10표…경영권 안정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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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차등의결권 도입이 또다시 무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0일 전체회의에서 차등의결권 관련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논의 안건에 올리지 않았다. “소액주주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몇몇 강경파 의원의 반대 탓이었다. 벤처업계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주의 선거가 ‘1인 1표’를 핵심으로 한다면, 기업의 의결권은 ‘1주 1표’가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해외에선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권한을 강화해 줄 목적으로 특정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것이 차등의결권이다.
‘1주 1표’ 원칙에도 예외가 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미국 SNS 기업 메타(옛 페이스북)를 예로 들어보자. 저커버그가 보유한 주식은 일반 주주보다 10배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희귀템’이다. 그의 지분율은 10% 남짓에 불과하지만 의결권은 58%를 쥐고 있다. 이런저런 구설에 휘말려 바람 잘 날 없던 메타인데도, 저커버그가 창업자이자 CEO로서 장기 재임하고 있는 배경이다.

쿠팡은 차등의결권에 매력을 느껴 한국 대신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업자 김범석 이사회 의장의 1주는 다른 주식 29주에 맞먹는 의결권을 가진다. 차등의결권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는 황금주다. 딱 1주만 갖고 있어도 주주총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으로, 초강력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차등의결권은 회사의 리더십이 쉽사리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되는 데 도움을 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7개국이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다. 외부 투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율이 쪼그라들어도 경영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벤처 생태계가 발달한 미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은 물론 중국까지 이 제도를 허용한 배경이다. 세계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차등의결권이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는 3.9배, 매출 증가율은 4.1배 격차를 보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벤처업계 숙원 또 미뤄져
물론 주주 간 평등권을 해친다는 비판이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황금주는 2002년 유럽연합재판소의 폐지 권고 이후 유럽에선 사라지는 추세다. 하지만 지속적인 투자 유치가 필요한 스타트업에 한정해서라도 차등의결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나왔다.

국내 도입이 번번이 무산됐던 원인은 “경영권 세습에 악용되는 재벌 특혜”라는 반대 논리였다. 이번 벤처육성법 개정안은 양도·상속·상장 시 차등의결권을 무력화하고,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하는 등 보완장치를 마련했다. 벤처기업 차등의결권은 여당의 총선 공약이자 대통령의 약속이기도 했다. 숙원이 풀릴 것으로 기대했던 업계의 절망이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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