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조카의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이 이 후보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후보가 이 사건을 '조카의 데이트폭력 중범죄'라고 표현해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는 이유에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동구 모녀 살인 사건으로 아내와 딸을 잃은 A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이 후보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장을 접수했다.
A씨는 소장에서 “이 후보 조카가 계획적으로 저지른 일가족 살인 사건에 대해 이 후보가 ‘데이트폭력’이라고 주장해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며 “유족의 인권을 유린하고 16년 전 악몽을 떠올려 지옥 같은 삶을 다시 살도록 하는 인격 살인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자신의 조카를 변호했던 이 후보가 유족에게 직접 사과를 한 적도, 치료비를 배상한 적도 없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는 A씨의 소송에서 무료 변론을 맡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SNS에 "제 일가족 중 일인이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족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정치인이 된 후여서 많이 망설였지만 회피가 쉽지 않았다"며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 후보의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는 표현이 논란이 됐다. 헤어진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흉기로 수십번씩 찔러 무참히 살해한 사건을 지나치게 가볍게 표현했다는 문제제기다.
비판이 쏟아지자 이 후보는 지난달 26일 소셜미디어에 “데이트폭력이라는 말로 사건을 감추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다"며 "흉악범죄로 인한 고통의 크기가 헤아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고 미숙한 표현으로 상처 받으신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