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 등 ‘큰손’ 투자자들이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국가 통화를 빌려 고수익이 기대되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에 공격적으로 나섰다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에 긴장하고 있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억만장자 투자자인 폴 튜더 존스의 튜더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여러 헤지펀드들이 최근 일본 엔화를 빌려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비중을 확대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엔저(低)로 엔화 차입 비용이 줄었기 때문에 엔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하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다. 미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발표하면서 달러는 강세를 보인 반면 일본 정부는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해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하락 추세였다.
하지만 오미크론이 등장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에게 위기가 닥쳤다. 오미크론 공포가 미 증시를 덮친 지난달 26일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는 떨어졌다. 시장이 흔들릴 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를 담는다는 투자 통념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반면 같은 날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3월 이후 하루 상승폭으로는 최대였다. 그동안 시장은 강달러·엔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지만 오미크론의 출현으로 상황이 돌변한 것이다. 오미크론 우려가 이어지는 동안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가에선 과거 엔캐리 트레이드에 나섰던 헤지펀드들이 갑작스러운 엔화 강세로 몰락한 사태가 재연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1998년 엔화가 갑자기 강세를 보이며 헤지펀드 타이거매니지먼트와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등이 대규모 손실을 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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