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냉혹한 현실, 제가 직접 보고 오니까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24일 김포공항에서 한 말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제2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설립을 위한 170억달러(약 20조원) 투자를 확정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음을 염두에 둔 말로 풀이된다.
이날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 결정은 2030년까지 ‘세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내건 이 부회장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제2 파운드리는 2022년 상반기 착공해 2024년 가동에 들어갈 예정인데, 대만 TSMC도 미국 애리조나주에 2024년 양산을 목표로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의 이번 결정이 세계 1위 TSMC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테일러시에 지을 파운드리에 초미세 공정이 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고성능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삼성전자의 투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면 한국의 글로벌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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