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는 주식시장에 기회이자 위기입니다. 변화를 통해 급성장하는 기업이 나타나고, 이를 계기로 위축되는 회사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항상 피해를 입는 업종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의 실생활과 밀착된 기업들입니다.
통신주는 선거를 앞두고 주가가 내려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통신비 인하는 여야 모든 후보들이 ‘즐겨찾는’ 공약이기 때문입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통신 기본료를 폐지하고, 그 재원을 취약계층에 돌려주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는 콘텐츠 사업자가 데이터 비용을 부담하는 ‘제로 레이팅’ 정책을 공약했고,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도 “맞춤형 가계통신비 대책을 통해 1조6000억원의 국민편익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전기와 가스 요금도 마찬가지입니다. 2012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한국전력 사장이 전기료 인상 문제로 청와대와 마찰을 빚다가 사퇴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2008년에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통신료 20% 인하를 공약했고, 당선 직후 이를 실행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카카오가 목표물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전 사업이 국민 실생활과 밀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좋은 타깃이 없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는 ‘전국민 서비스’인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카카오뱅크 등 다수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주가가 급락한 이유도 대선 리스크를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지난 6월 17만원을 넘어섰던 카카오는 현재 12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 대표는 “내년 3월 대선까지는 카카오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계열사 대부분이 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전국 택시 기사 24만3709명 가운데 92.8%가 카카오택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4인 가족을 고려할 경우 100만표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규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정치권은 최근 9만9000원이었던 택시기사 멤버십을 3만9000원으로 인하시켰고, 유료 멤버십 완전 폐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해 KTB투자증권은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택시 운영사) 적정가치를 6조8000억원에서 4조6000억원으로 내렸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저작권 갑질 혐의’를 조사하고 있고, 미용실 스크린골프 문구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는 사업들은 철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운용사 대표는 “고성장의 발판이었던 사업 확장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에너지 공기업도 회복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한국전력은 2013년 후 8년만에 전기료를 인상했지만, 적자를 메우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입니다. 한국가스공사도 수소사업 기대감에 주가가 ‘반짝’ 올랐지만 정치권의 손길이 언제 미칠지 모릅니다.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시중은행은 정부에 입김에 따라 대출을 강제로 늘리거나 줄여야 합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배당금을 정부의 요구에 따라 삭감하기도 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은행주가 만년 저평가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했습니다.
통신 전기 은행 등 위에 열거한 업종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주가가 하락세거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운용사 대표는 “주주의 이익을 침해해 국민들을 배불리는 회사에 투자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