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악의 감염병'으로 꼽히는 스페인독감 사태와 제2차 세계대전을 이겨냈던 105세 할머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다.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 코네티컷주에 살던 프리메타 자코피니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치료를 받다가 지난 16일 숨졌다.
프리메타 할머니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딸이 지난 9일 방문했을 때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였다. 곧바로 그는 응급실로 옮겨진 후 산소마스크까지 썼지만, 끝내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프리메타 할머니는 2살이던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당시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한 미국인만 67만5000명에 달했다. 프리메타 할머니는 무솔리니가 미국인들을 국외로 추방하려 한다는 지역 경찰의 경고를 듣고 포르투갈 등을 거쳐 다시 미국 코네티컷주로 돌아왔다.
그는 이곳에서 일자리를 구한 후 직장 동료였던 남편과 결혼했다. 그러나 남편과는 2002년 사별했으며, 이후 척추 부위에 선천적인 기형을 지닌 채 태어난 딸을 홀로 키워왔다.
딸 도린(61)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할머니와 어머니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었던 것은 팬데믹뿐이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