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고발 사주’ 의혹이 정부·여당과 야당의 전면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당시 윤 전 총장의 역할을 규명해야 한다”며 윤 전 총장을 직접 겨냥하자, 야당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공작”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윤석열 검찰’이 과거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 사건에 개입하기 위해 내부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정치 공방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박범계 “‘尹 검찰’의 사찰 있었을 것”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고발장에는 윤 전 총장의 처와 장모 얘기가 나오는데, 단순히 고발을 위한 것을 넘어 상당한 정보가 축적되지 않고는 작성할 수 없다”며 “사찰 내지 정보 수집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의혹도 단순히 검찰 수사정보정책관이 관여했느냐를 떠나, 야권 유력 대선주자이자 과거 검찰총장이었던 윤 전 총장이 구습을 부활시킨 것 아니냐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박 장관은 ‘대검찰청 진상 조사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고 있냐’는 질의에는 “대검 감찰부에 의한 조사가 유의미하게 진행 중이고 본질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진상이 규명될 것”이라고 답했다.
박 장관은 윤 전 총장이 재직한 시기에 대검이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씨가 연루된 사건에 개입하기 위해 내부 대응 문건을 만들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진상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 언론은 지난해 3월 대검이 윤 전 총장의 장모가 연루된 의혹과 관련한 변호에 도움을 주기 위해 내부 대응 문건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건은 최씨가 직접 연루된 4개 사건 등이 시간 순서와 인물별로 정리돼 있고, 형사처벌 전력과 사건 관계자 실명 등 개인정보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문건이 가리키는 것은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서 제가 처음부터 의문시했던 정황들”이라며 “순간적이 아니라 여러 과정과 절차를 거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문건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제가 다른 쪽에서도 확인했다”고 했다.
여당 의원의 공세도 이어졌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부 대응 문건이 작년 3월 대검에서 작성됐다면 4월 3일과 8일에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보낸 고발장 파일도 대검에서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은 게 아니냐”며 “감찰을 빠르게 종료하고 전체 수사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혐의와 관련된 사람뿐 아니라 관련 없는 민간인까지 총망라해 정리했고, 양식도 검찰에서 작성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尹측 “박지원-조성은 강제수사해야”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 측은 여당의 ‘윤석열 때리기’에 맞서 박 원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특히 윤 전 총장 측은 제보자 조성은 씨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와 박 원장과 조씨 사이의 ‘통화·문자·SNS 메시지 강제수사’까지 언급하며 강력 반발했다.윤석열 캠프의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조씨가 출국할 경우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미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며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내릴 것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게 촉구한다”고 했다. 또 “박 원장과 조씨의 공모 관계를 밝히기 위해 둘 사이의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SNS 메시지 등을 긴급히 확보해야 하므로, 조속히 강제수사를 개시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도 했다.
대검의 윤 전 총장 장모 사건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윤 전 총장은 당시 위 문건을 보고받은 사실이 없고, 누가 어떤 경위로 작성한 것인지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건 내용상 검찰 소관 부서에서 언론 또는 국회 대응을 위해 기초적 사실 관계를 정리한 것일 뿐”이라며 “변호에 도움을 주기 위한 자료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변호인도 참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박 원장의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 정보기관의 대선 개입·정치 개입이라는,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과거 사례를 연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기관장의 정치 개입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며 “국정원법 위반의 주체는 박 원장”이라고 비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