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LG유플 통한 진출 미뤄
19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서비스 개시 시점을 올 연말께로 미뤘다. LG유플러스와 인터넷TV(IPTV) 비디오 송수신 기술정합(기술 시연 및 검증) 단계에서 나온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디즈니가 망 사용료 소송 등 국내 시장 동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식 계약 등이 늦어지고 있다”며 “서비스가 원래 예정 시점인 오는 9월에 비해 한 분기가량 미뤄졌다”고 말했다.디즈니플러스는 그간 LG유플러스, KT 등과 IPTV·모바일OTT 사업을 두고 협의해왔다. IPTV 사업자로는 LG유플러스를 일단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넷플릭스와 독점 계약을 체결해 제휴 2년 만에 IPTV 가입자 수를 20% 늘린 LG유플러스가 협상에 적극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 “협상이 완료되면 발표할 것”이라면서도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KT와도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소송 우려…“우린 망 이용 대가 낸다”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 시작 시점을 연기한 것은 국내 시장에서 콘텐츠 송수신 셈법이 복잡해진 영향이다. 지난달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사용료 소송에서 패소했다. 대용량 비디오콘텐츠를 전송하는 OTT가 ISP에 트래픽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5일 항소를 제기하기로 했다.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로 연간 270억원가량을 요구할 계획이다. KT와 LG유플러스에도 비슷한 수준을 내야 할 경우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로 내야 하는 금액은 단순계산 기준으로 연간 800억원이 넘는다.
디즈니플러스로서는 새로 불거진 이런 환경이 부담이다. 일단 비슷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부터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우회 방식으로 망 이용대가를 내는 대응안을 마련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자체 망을 쓰지 않고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를 이용하는 방식을 각 ISP에 제안했다. 디즈니플러스가 CDN 전문 사업자에게 돈을 지급하고, CDN사업자는 통신사에 돈을 내는 방식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는 ISP가 직접 운영하는 CDN은 이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ISP 3사에 우회 방식으로 망 대가를 일괄 지급하겠다는 게 원칙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CDN에 사용료를 내는 방식이 차후 소송을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이를 두고 업계 반응 등을 살피느라 서비스가 늦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픽사, 마블,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각종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 콘텐츠를 제공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