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최근 20년 중 가장 거센 ‘퇴사 바람’이 불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직장을 떠나는 근로자가 늘어난 것이다.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신규 인력 채용에 나선 기업들은 구인난에 인력 이탈까지 겹쳐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4월 근로자 퇴사율은 2.7%로 2001년 1월(2.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퇴사율은 전체 근로자 중 해당 기간에 직장을 떠난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경제 침체기에 낮아지고, 활황기에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4월 퇴사율은 1.6%로 2013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가파르게 상승했다.
WSJ는 이직을 위해 직장을 떠나는 근로자가 늘고 있다고 해석했다. 재택근무를 경험한 근로자들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아나섰다는 얘기다. 실직한 배우자의 수입을 메우기 위해 급여 조건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는 근로자도 적지 않다. 최근 미국 금융회사 푸르덴셜이 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분의 1이 조만간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볼 계획이라고 답했다.
정부 지원금 덕분에 자금 사정에 조금 여유가 생긴 기업들이 적극적인 구인 활동에 나선 것도 이직을 부채질하고 있다. WSJ는 제조와 요식, 레저업계 등에서 구인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신 접종과 함께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는 미국 노동시장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기업들의 채용공고는 930만 건으로 2000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존 직원에게 승진, 임금 인상 등 다양한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구인난으로 비어 있는 일자리를 채우는 것도 힘겨운 상황에서 기존 직원들까지 떠난다면 경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새로운 직원을 고용할 때 드는 교육 비용을 고려하면 기존 직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설명이다.
WSJ는 “근로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조건이 더 좋은 일자리로 옮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혼란스러운 상황처럼 보이지만 노동시장이 건강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