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이 협업한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라인뱅크'가 공식 출범했다. 국내 시중은행이 동남아시아에서 별도로 디지털뱅킹 서비스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네시아 라인뱅크는 태국 '라인 BK', 대만 라인뱅크에 이은 라인의 세 번째 디지털 뱅킹 플랫폼이다. 네이버가 국내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과 달리 해외에서는 라인을 통해 디지털은행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라인뱅크 공식 출범
하나금융은 라인과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뱅킹 서비스 '라인뱅크'를 출시했다고 11일 밝혔다. 하나금융은 "국내 은행이 빅테크 기업과 협력해 동남아에서 금융 서비스를 시작한 최초 사례"라고 말했다.앞서 라인의 글로벌 금융자회사인 라인파이낸셜아시아는 2018년 10월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지분 20%를 취득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이후 하나은행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라인뱅크 출시를 준비해왔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시절인 1990년부터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현지에서 영업 중인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오랜 업력을 자랑한다.
메신저 서비스로 시작한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두터운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올 3월 기준 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주요 4개국에서만 월간사용자수(MAU)가 1억69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페이스북의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라인은 이번 디지털 금융 서비스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올 4월 출범한 대만 라인뱅크는 대만 내 1위 메신저인 라인을 앞세워 영업 개시 1주일 만에 대만 1호 인터넷은행인 라쿠텐뱅크를 고객 수에서 앞질렀다.
2억6000만 인구대국에 디지털금융 활성화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6000만여명의 세계 4위 대국임에도 국민 5명 중 3명이 은행 계좌가 없을 만큼 은행 이용률이 낮다. 1만8000여개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는 은행 서비스가 미치지 않는 지역이 많다. 대신 핀테크와 디지털 금융 서비스 발전 속도가 빨라 기존 은행을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영은 라인파이낸셜아시아 COO는 "인도네시아는 지리 특성상 디지털 뱅킹 플랫폼을 통한 뱅킹 서비스 가용성과 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는 나라 중 하나"라며 "라인뱅크를 통해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라인의 브랜드 인지도, 현지 시장에서의 디지털 사업 경험 등을 활용해 철저히 현지 특성에 맞춘 금융상품과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라인뱅크는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한 계좌 개설 △라인뱅크 앱으로 언제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정기예금 △라인프렌즈 캐릭터와 특별 캐시백 혜택을 담은 체크카드 △라인뱅크 앱으로 각종 공과금 납부 등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 대출, 파트너십 대출, QR결제 등의 서비스도 추가할 예정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인 라인과 함께 디지털 뱅킹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현지 고객 기반 확대와 은행 브랜드 인지도 향상이 기대된다"며 "더 많은 고객들이 차별화된 디지털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