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협약 관련 실행 방안 가운데 하나인 ‘녹색산업 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뚜렷한 대안 없이 탈(脫)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중·장기 에너지 정책 기조와 완전히 상반된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EU의 정책을 지원하는 ‘공동연구센터(JRC)’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원자력이 수소, 풍력, 태양광, 천연가스 등 이미 택소노미에 포함된 에너지원과 비교해 인류 건강과 환경에 더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다만 보고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100%는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그 확률은 극히 낮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신기술을 적용한 3세대 원전은 모든 발전 기술 중 치사율이 가장 낮다는 점에서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기술했다. 유럽위원회는 JRC가 제시한 보고서를 검토해 올 상반기까지 택소노미를 확정할 계획이다. 택소노미는 EU 금융권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 투자할 때 따라야 하는 투자 기준이 된다.
EU 외에도 주요 국가들은 탄소 중립 실현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중국은 최근 ‘14차 5개년 계획’을 내면서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탄소 중립 로드맵은 차세대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분류해 재생에너지와 동등하게 간주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올 상반기까지 한국판 택소노미인 ‘K-택소노미’를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이는 탈원전 정책 탓에 원전이 K-택소노미에서 배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발전 및 비용 효율,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해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