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지난해 4분기부터 이달 초까지 해외주식형 펀드에 4조원 이상을 넣은 반면 국내주식형 펀드에서는 5조원이 넘는 돈을 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국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빠르게 극복하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경기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평가여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6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이달 2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해외주식펀드에 4조4000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펀드에서는 5조3000억원이 순유출됐다.
전문가들은 해외주식을 직접 사는 것보다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해외주식펀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시간적, 언어적 제약이 있어 투자 종목을 확대하기 어렵다"며 "투자자들은 장기 성장성이 기대되는 업종이나 분야를 정하고 이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펀드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주식펀드 투자자들은 전기자동차, 2차 전지, 정보기술(IT)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호하고 있었다.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가장 많은 자금이 순유입(6188억원)된 '미래에셋TIGER차이나전기차SOLACTIVE'는 중국 전기차 관련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순유입액이 4401억원으로 2위인 '한국투자글로벌전기차&배터리' 역시 글로벌 전기차 관련주에 투자하고 있다. 순유입액 상위 3~5위 해외주식펀드 대부분은 전기차, IT, 에너지 관련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펀드 중 일부는 최근 월간 수익률이 -10% 정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김 연구원은 "특정 테마나 업종에 투자하는 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변동성도 감수해야 한다"며 "특정 분야에만 투자하는 펀드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20~30% 정도만 차지하도록 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펀드 중 가장 많은 순유입액을 기록한 것은 한국형 뉴딜펀드라 불리는 'KB코리아뉴딜펀드'로 2200억원을 모았다. '타임폴리오마켓리더'(522억원) 'NH-Amundi필승코리아'(43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펀드 역시 수소자동차 등 국내 미래 먹거리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대부분이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