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는 전공 지식 못지않게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강의 시간에 작은 실험을 해왔다. 왜 학창 시절을 충실하게 보내야 하는지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발언한 사람들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어떤 문장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지 묻고, 이어서 발언한 사람을 밝히고 난 뒤에는 그 생각이 바뀌었는지를 물었다.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이건희),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참 의미를 알 수 없다’(괴테), ‘열심히 사는 것은 얼마나 소중하고 복된 일인지 나는 또 내일이 기다려진다’(음악인 정명훈·경화·명화의 어머니 이원숙) 등의 글을 제시했다. 같은 표현도 누가 발언했느냐에 따라 파급력이 다르고 듣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감도(感度)가 다르다는 것을 체험시키고 싶었다.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내용의 선악에 상관없이 파급 범위와 속도가 파괴적이다. 따라서 건전하고 긍정적인 내용이라는 전제하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가 사회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한다면 학창 시절에 열심히 공부해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위치에 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지난 18일은 카카오톡이 선보인 지 11주년이 되는 날이다. 10주년이던 작년에 김범수 의장이 전 직원에게 보낸 영상에는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도전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10년 동안은 대한민국에 없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먼저 새로운 ‘문화’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영어 호칭, 모든 정보 공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런 남다른 문화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도전하는 작은 기업의 성공을 이끈 것이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이제 앞으로의 10년 동안에는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기술과 우리만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많은 사회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자”고 했다. 지난 10년 동안은 남다른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제 그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성장한 회사가 ‘인류가 접한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더 담대하고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6일에는 김 의장이 세계적인 기부 운동 ‘더 기빙플레지’의 220번째 기부자로 이름을 올리며 개인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공식 서약했다. 1년 전에는 회사 대표로서 구성원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기업의 비전을 제시했다면, 올해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환원하겠다는 뜻을 세상에 밝힌 것이다. 또 서약서에 “이런 의미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빌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 앞선 기부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김 의장의 뒤를 잇는 사회혁신가가 늘어나고 있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셜 임팩트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만들어지는 것이 너무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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