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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빠진 대구은행 '캄보디아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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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사진)이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사고(본지 2월 26일자 A28면 참조)가 발생한 지 10개월이 지나도록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대구은행은 “계약 사고가 발생한 이후 아직까지 대체 물건 매입이나 원금을 반환받지 못했다”며 “원금 반환보다는 대체 물건을 구하는 쪽으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DGB특수은행이 상업은행 승격을 추진하면서 본사로 사용하기 위해 캄보디아 정부 소유의 부동산 매입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중개인과 1900만달러의 계약을 맺고 이 중 1200만달러를 중개인에게 지급했다. 하지만 계약 한 달 후인 6월 해당 부동산이 중국계 기업에 이미 팔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은행 내·외부에서는 대구은행의 초기 대응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직원은 “매입하려던 부동산이 다른 곳에 팔렸으면 계약을 해지하고 새 계약을 했어야 했다”며 “대체 물건을 수용하는 것은 자영업자 수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쉬쉬하던 부동산 사기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자 대구은행 측은 실무자 선에서 사태를 봉합하려는 분위기다. 홍보부 관계자는 “현지에 파견된 이모 부장(현지 부행장)이 중개인을 과신해서 빚어진 문제”라며 “본사급에서는 글로벌본부장(상무)이 지난해 말 책임성 사퇴를 한 만큼 도의적 책임 정도만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한 직원은 “1900만달러 규모의 해외 사업을 부장급이 모두 책임지는 구조라면 금융그룹의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누가 적극적으로 일하겠냐”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3년 전 취임한 김태오 회장이 오랜 기간 은행장을 겸임한 데다 연임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DGB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차기 회장 후보로 김 회장을 추천한 상태다. 대구은행의 한 지점장은 “김 회장이 오래 겸임하다 보니 인사, 미래를 위한 조직 운영, 해외 사업 등 문제점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있다”며 “회장과 측근 중심으로 권한이 너무 집중돼 일선 직원의 실망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홍보부 관계자는 “회장 자리도 물려주고 싶지만 신임 행장의 경험이 쌓일 때까지는 연임할 수밖에 없다는 게 회장 입장”이라고 전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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