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17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포장 사전검열과 표시제를 골자로한 이 법안에 대한 업계의 우려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지 1시간만에 제도 강행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경제계에선 "환경부가 결론을 이미 정해놓고 무슨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한 장관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윤미향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법안 취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방식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윤 의원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제품의 제조·수입·판매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전문기관에서 제품 출시 전 포장재질, 포장 방법을 검사받고 그 결과를 포장 겉면에 표시해야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포 1년 뒤 시행되며 시행 후 2년 안에 기존 판매 제품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전 검사를 받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현행법에선 환경부 장관이 포장재질, 포장방법 등의 겉면 표시를 권장할 뿐 강제하진 않고 있다.
업계에선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 10만곳의 경영활동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장을 사전에 검사하고 표시해야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이날 윤 의원이 언급하자 한 장관은 "업계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장관은 "업계에도 말해야할 것이 있다"며 강행의지를 드러냈다. 한 장관은 법안에 대해 "가도 되고 안가도 되는,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라며 "반드시 가야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의 요청에 대해선 유예 기간을 얼마나 허용할지 정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의 발언은 사실상 해당 법안 추진을 강행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환노위 시작 직전 전날 한국경제신문의 포장 규제 관련 보도에 대해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관련 업계의 우려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업계와 협의 중에 있으며, 그 결과를 국회에서 법안 심의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던 환경부의 분위기가 1시간만에 반전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가 6만여 곳, 등록된 제품 품목만 120만 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식품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만 최소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포장 검사가 가능한 기관은 한국환경공단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 두 곳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장재 검사를 받는 데 1주일에서 한 달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돼 신제품 출시가 줄줄이 지연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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