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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질색하는 성냥갑 아파트?…겉은 무뚝뚝, 속은 소통 넘치는 '츤데레 공동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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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외국인에게 아파트는 불편한 주거 형태다. 그들에게 아파트는 문을 닫고 들어가면 바깥과 차단되는 답답한 공간이다. 이웃 간 오가며 소통할 장소가 없는, 개인주의자를 위한 시설로 느껴진다. 그렇다고 외국인들이 내 집의 모든 것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프라이버시는 보호돼야 한다. 사생활을 지키면서도 소통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공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삶의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발코니

서울 종로구 구기동 북한산 자락에 들어선 구기동 공동주택(용산국제학교 외국인 교사 사택)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성공적인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4월 준공된 이 건물은 대지면적 1106㎡에 지하 1층~지상 6층으로 지어진 공동주택이다. 총 25가구 규모로 전체 규모는 작지만, 8개 타입으로 나뉠 만큼 저마다 색깔이 다르다. 설계를 맡은 김태집 간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거주자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기존의 공동주택 설계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며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주거 시설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발코니 본연의 기능을 되살리는 설계로 이어졌다. 이 건물에서는 발코니가 개인적인 공간이자 외부와 소통하는 공간이 됐다.

구기터널 입구와 맞닿은 건물 정면의 도로 쪽이 아니라 집과 집 사이에 ‘ㄱ’자 모양의 내밀한 모양으로 발코니가 들어섰다. 이 덕분에 소음과 주변 시선 간섭 문제를 해결했다. 바깥과의 경계는 투명한 창으로 구분해 더욱 넓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입주자들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공간도 이 발코니다. 김 대표는 “좀 더 사적인 발코니를 둬 적극적인 옥외 활동을 유도했다”며 “입주자들은 이 공간을 본인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는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개인적인 공동주택
이 공동주택은 ‘단독주택’ 같은 특성을 지녔다. 퇴근 후에도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는 교사들의 개인적인 사생활 보호가 건축주의 가장 큰 요구사항이었다. 간삼건축은 퇴근하면 ‘골목길(복도)’을 따라 집으로 가고, 집에는 작은 마당(발코니)을 갖고 있으며, 집과 집 사이가 약간이라도 떨어져 있는 단독주택을 설계 콘셉트로 잡았다.

이 건물은 정면에서 보면 직사각형 건물이지만, 각 가구가 한쪽 공간의 테라스를 끼고 안으로 쏙 들어간 독특한 형태다. 모든 집에 통창이 적용돼 햇볕이 내부 깊숙한 곳까지 스며든다. 지상 1층에는 입주자들이 가든파티를 즐길 수 있는 잔디와 데크를 마련하는 등 외국인 입주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했다.

김 대표는 “적층된 골목길, 내밀한 발코니 등 기존의 건축적 요소를 다른 시각과 디테일로 담아내 새로운 주거 유형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구기동 공동주택은 공동주택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방향성이 높은 점수를 받아 올해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에 이어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
복도와 발코니를 통한 소통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복도를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도 돋보인다. 복도식 아파트는 사생활 보호에 취약하다는 단점 때문에 한국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간삼건축은 이 복도식 아파트가 갖고 있는 문제를 건축적으로 해결하면서 장점을 강화했다.

구기동 공동주택의 복도는 획일적으로 연속되지 않고, 가구별로 분절돼 있다. 복도를 걸어가다 보면 시선이 남의 집을 향하지 않고 외부로 향하게 된다. 이 덕분에 복도에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마당이 생겼다.

복도에 채광과 환기를 위해 둔 창으로 생기는 시선 간섭 문제는 식사하는 곳을 배치하면서 해결했다. 김 대표는 “먹는 행위는 남들에게 보여주기에 가장 부담 없는 공통적인 가치를 갖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여행했을 때 집들의 식사하는 곳이 대부분 1층에 있었다”며 “유럽에서 느낀 그 따듯한 거리의 느낌을 구기동에 가져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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