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16일 최종 결정했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당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와 경영권 분쟁 중인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 등 ‘3자 주주연합’의 반발이 가장 큰 변수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때 ‘표대결’을 통해 경영권 탈환을 시도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참여, ‘백기사’ 역할을 맡으면서 계획이 흐트러졌다.
3자 연합은 “한진칼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면 기존 대주주인 우리가 우선 참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법적 분쟁 가능성을 예고했다. 산은은 “이번 통합이 장기적으로 한진칼의 주주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필요하면 3자 연합과도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달래기에 나섰지만 조용히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경영권 분쟁 중에는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양사 노조의 반발도 강하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열린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등 5개 노동조합은 이날 긴급 회동을 하고 “이번 통합은 노동자 의견을 배제한 산업은행, 정부, 한진칼의 밀실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 상황에서 신규 노선 개척과 항공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여유 인력을 투입한다는 정부의 구상은 현실성이 없다”며 “중복 인력에 따른 고용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약속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한진그룹 측은 이에 대해 “노사 대표가 만남을 갖고 의견을 듣는 것이 우선”이라며 “통합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충분히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도 필요하다. 국적 항공사를 단일화하는 것이어서 독과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승인할 것이란 데 의견을 같이한다. 양사의 주된 경쟁 대상이 국내가 아니라 해외 항공사들이기 때문이다. 양사가 합쳐도 세계 10위권 규모에 불과한 만큼 독과점 이슈는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산은 측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했다가 중도에 계약이 파기된 HDC현대산업개발 측의 소송도 있다. 인수 계약금 2177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탓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계약금으로 받은 이 돈을 당장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법원에 ‘질권소멸통지 등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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