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15일(14:4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 경제가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고 진단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풀리면서 침체됐던 경기가 차츰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숀 로치 S&P 아시아태평양 수석 연구원은 15일 S&P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태 지역 경기가 지난 2분기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전 세계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S&P는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0.9%, 내년 3.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치 연구원은 아태 지역 경제상황이 최악을 벗어났다고 보는 근거로 사람들의 이동량과 무역 규모 변화를 들었다. 그는 “코로나19가 재차 확산됐음에도 근무나 소비를 위해 집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경제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위축됐던 수요가 다시 증가하면서 무역 규모가 회복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S&P는 한국의 경기가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효과적으로 이뤄진 데다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했을 때보다는 침체기가 깊을 것으로 봤다. 특히 고용 지표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받은 서비스업종 종사자 비중이 큰 데다 여전히 과거보다는 소비활동이 둔화돼 있어서다. 로치 연구원은 “고용 환경이 개선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이 최소 3년간은 지금과 같은 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P는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에 대해서도 이전보다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박준홍 S&P 이사는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기업들이 쉽지 않은 영업환경에 놓이긴 했지만 예상보다 선방하고 있다”며 “반도체, 가전, 자동차업종 대표 기업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개선된 실적을 내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내년에도 험난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는 업종으로는 정유 철강 유통을 꼽았다. 정유사들은 올 들어 유가 하락과 수요 감소, 정제 마진 악화 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다. 철강업체는 수요 감소와 원자재 가격 상승, 유통업체는 소비 위축과 온라인쇼핑 시장 확대로 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S&P는 현재 이들 업종의 대표 주자인 SK이노베이션(BBB) 에쓰오일(BBB) 현대제철(BBB) 이마트(BBB-) 등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붙여놓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