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일본, 중국 등 해외 주요국은 한국이 입법을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비슷한 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대규모 유통업에 적용되던 기존 규제의 틀로는 플랫폼산업에서 일어나는 불공정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EU는 계약서가 아니라 약관을 통해 관련 규제를 운영 중이고, 일본 규제법에는 부당행위와 관련한 규제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의 규제 수위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U는 지난 7월부터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투명성 강화를 위한 규칙’을 시행 중이다. 이 규칙의 핵심은 플랫폼 사업자가 수수료 등 각종 계약조건을 명시한 약관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슷한 내용의 한국 규제안이 법을 통해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일본은 6월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으며 조만간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업체에 수수료 등 각종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다만 법에는 플랫폼 업체의 ‘갑질’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없다. 각종 부당행위를 하면 기존 법률에 근거해 공정취인위원회(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당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을 뿐이다.
미국과 중국은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극과 극’을 달린다. 미국은 별도로 플랫폼산업을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1월부터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각종 금지 행위와 시정명령·과태료 부과 근거가 담긴 ‘전자상거래법’을 시행 중이다.
구태언 한국공유경제협회 규제혁신위원장(테크앤로 변호사)은 “EU와 일본의 플랫폼산업 규제는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거대 플랫폼 회사들로부터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선진국에 비해 가혹해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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