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의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성적인 농담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직장인에게 검찰이 벌금형을 구형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1부(재판장 성지호)의 심리로 2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원심 구형과 같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1심과 2심에서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5월 A씨의 행위를 추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법정에서 A씨 변호인 측은 "대법원이 직접적 신체 접촉과 무관하게 이뤄진 언행까지도 포괄해 추행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추행 범위가 넓어졌지만 1심과 2심에서 추행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소인이 법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며 "A씨가 음란한 영상을 보여준 적도, 성적인 발언을 한 적도 없다"고 언급했다.
또 변호인 측은 "머리카락 탈색을 이야기 하던 중 머리카락을 만졌고 B씨를 부르기 위해 어깨를 두드렸던 것"이라며 "손가락 모양을 한 건 B씨가 먼저 이 같은 행동을 해서 따라서 한 것이고 이는 모두 다른 날"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어깨를 툭툭 친 날은 다른 날의 다른 상황"이라며 "고소인의 언행이 사실이 아니거나 매우 과장됐고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추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같은 행동이 (단순히)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는지 아니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킨 건지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일부 사람들 관점에서 탐탁치 않아도 개인적 관점을 넘어서 형법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A씨는 "많이 억울하다"며 "가령 술 먹은 날이 있고 운전한 날이 있는데 (그걸 합쳐서) 음주운전했다고 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언급했다.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던 A씨는 2016년 10월부터 같은해 11월까지 신입사원 B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비비면서 "여기를 만져도 느낌이 오냐"고 말하거나 손가락으로 B씨의 어깨를 두드리고 B씨가 돌아보면 혀로 입술을 핥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등의 방식으로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화장이 마음에 들어요, 왜 이렇게 촉촉해요"라고 말하거나 손가락으로 성행위를 나타내는 동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26일 진행될 예정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